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도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운동을 피해가지 못했다.
박 교수는 포스코가 사상 처음으로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받은 사외이사로서 경영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박 교수는 일신상 이유를 들어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이 거센 만큼 포스코도 난처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 교수가 이날 오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교수가 포스코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이유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과 겸직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공적자금 운영을 놓고 심의, 조정하는 민관합동기구라서 박 교수가 특정 회사 사외이사를 맡지 않으려고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교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에서도 물러나기로 결정하자 그를 둘러싼 성폭력 의혹도 더 짙어지고 있다.
정휘 바름경제정의연구소 대표는 “박 교수가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사외이사 후보에 사의를 느끼지 않다가 성폭력 논란을 제기하자 오후에 갑자기 후보에서 물러났다”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에서 사퇴한 것도 이런 논란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름경제정의연구소가 피해자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박 교수는 고려대학교 교수로 일하며 성폭력을 저질러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정직 및 감봉처분을 받았다.
바름경제정의연구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미투운동이 성역없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박 교수가 성폭력을 저지른 이력이 있어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관계자는 “징계기록은 개인신상과 관련한 내용이므로 공식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외이사 후보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포스코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박 교수는 포스코가 주주제안을 통해 처음으로 추천받은 사외이사다. 주주제안제도는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 등에 이사와 감사선임 등 안건을 직접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데 주주가 직접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경영감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박 교수는 해외기관투자자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과 로테르담투자컨소시엄으로부터 주주제안을 받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박 교수는 1958년 생인데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지내고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난 것으로 구체적 이유까지 파악할 수 없다”며 “포스포는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들로부터 제안받아 이를 수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