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미디어사업에서 5G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KT는 올해 3월 GS리테일과 손잡고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열기로 했다.
게임회사 드래곤플라이와 손잡고 개발한 가상현실게임 ‘스페셜포스VR’ 등 50여 종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선보여 국내 실감형 미디어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실감형 미디어는 5G의 대표적 수익모델로 꼽힌다.
5G가 상용화되면 빠른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LTE때보다 가상현실을 더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기술로 로봇의 팔을 원격 조종할 때 LTE를 이용하면 사용자가 팔을 든 뒤 10초가 지나야 로봇 팔이 움직이지만 5G는 이를 1초로 줄일 수 있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은 미래의 핵심 5대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미디어사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가상현실과 같은 차세대 미디어가 5G의 대표적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KT가 실감형 미디어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실감형 미디어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할 만큼 아직 시장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글은 2012년 가상현실헤드셋 ‘구글글래스’를 내놓았고 삼성전자는 2014년 가상현실기기 ‘기어VR’를 출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감형 미디어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기존 가상현실기기의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게임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이 2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5G시대 실감형미디어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게임PC의 영상을 스마트폰에 직접 전송하는 ‘VR 워크스로우’, 가상현실게임의 단점인 어지러움을 줄이는 ‘흔들림 방지’ 기술 등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KT는 국내외 게임회사들과 협력을 늘려나가며 유명 게임들의 IP(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가상현실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듯이 가상현실게임에서도 지식재산권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KT가 선보인 가상현실게임 스페셜포스VR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1인칭 슈팅게임(FPS) 스페셜포스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KT는 3월에 세우는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콘텐츠 개발자들의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콘텐츠 개발자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서비스를 시험해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경쟁력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연간 50억 원 이상의 가상현실 전용 펀드를 조성해 직접 콘텐츠에 투자도 한다.
KT 관계자는 “국내 실감형 미디어시장 규모는 현재 2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2019년 5G 상용화와 함께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콘텐츠 개발자, 단말 제조사 등과 협력해 새로운 실감형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