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인 2014년 지방선거 때 대전지역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많았다. 이 때문인지 2000년대 이후 치른 네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야권이 승리를 거뒀다.
2002년 지방선거 이후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사퇴론에 시달렸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물러났다.
이는 곧 지방선거가 정부여당의 무덤이었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여권이 야권에 맞서 비등한 수준으로 선방했다고 선거가 바로 직전 지방선거인 2014년이었다.
2014년 6월4일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17곳의 자치단체장 중 8곳을 차지하며 9곳의 새정치연합에 팽팽하게 맞섰다. 2010년 6석에서 8석으로 두석 늘리면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만에 치른 첫 선거였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대개 정권 초기에 지지율이 높고 갈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임기 후반부에 열릴수록 정부여당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앞서 여당이 패배한 지방선거는 모두 정부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열렸다. 2002년 선거는 김대중 정부 임기 마지막해였고 2006년 역시 노무현 정부 4년차였다. 2010년은 이명박 정부 3년차로 후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에 지방선거가 열리면서 50% 안팎의 대통령 지지율을 유지한 가운데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 정책이나 공약 등의 평가가 이뤄지기에 이른 시점이었기 때문에 지지율이 선거결과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문재인 정부 2년차에 열린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선거보다 정부여당이 방어하기 더 수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조기 대선을 치러진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1년차나 다름없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집권 초기보다 떨어졌음에도 6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건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효과를 여당이 충분히 누릴 수 있을지 여부다. 아직 지방선거 후보가 확정되기 전인데도 여당 후보들이 ‘친문’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후광효과에 힘입어 당선 확률을 높이려는 계산이다.
물론 선거 결과가 무조건 대통령 지지율에 연동되리라고만 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놓고 표심으로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인 이명박 정부와 큰 틀에서 방향성을 같이한 보수정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등을 약속하며 당선되기는 했으나 급격한 정책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10년 만에 탄생한 진보정권으로 이전 정부와 다소 결이 다른 정책들을 펴나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저항감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정부 정책방향의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30년 만의 개헌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은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되면 투표율을 높이고 정권심판론의 힘을 빼 정부여당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조기 대선 때 모든 정당 후보가 개헌 동시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야당 처지에 놓이자 개헌과 지방선거의 동시투표는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동시투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13일 국민개헌자문특위를 구성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회가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제 대통령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준비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는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사고와 국무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지방선거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할 힘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지방선거로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이듬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책 동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과 동북아운전자론 등 외교안보정책에 한층 탄력을 받는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정책 방향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특히 내후년까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지방선거의 후폭풍은 이전 정부보다 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