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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현대기아차 시무식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나란이 모습을 나타냈다.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활동을 자제해왔던 모습과 상반된 양상이다.
정 회장은 경제민주화 공약 등이 한창 논의되던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전부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올해 들어서까지 그야말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숨가쁜 현장 행보를 보이는 실정이다.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맨 얼굴로 소나기 맞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숨가쁜 현장 경영...단순한 약속 지키기(?)
정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급 세단형 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발표회에 직접 참석했다. 그룹 총수로서 신차 발표 현장에 직접 나간 점에 이어 꼼꼼하게 제품 홍보까지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날 정의선 부회장도 신차 발표 현장에 참석했지만 정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 이병석 국회부의장, 김정훈 정무위원장 등 내외빈이 나란히 자리한 무대에는 올라서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0월 현대기아차 유럽공장을 방문해 여러 시설을 직접 점검했다. 귀국 직후에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차량 누수 문제와 연비를 과장해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담당 임원을 전격 경질하는 모습도 대외에 노출시켰다.
정 회장은 또 사재를 출연한 정몽구재단을 통해 부의 사회환원과 나눔경영의 일선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정 회장의 행보에 대해 사재의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을 일단 내놓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항소심에서 사재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했다. 이후 설립된 정몽구 재단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나눔경영에 앞장서고 있고, 나아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물류·광고 분야 일감을 중소기업과 나누고 있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정 회장의 활발한 행보는 표면적으로 국내외의 정치, 경제적 환경 변화에 그룹 총수가 직접 발빠르게 대처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사재의 사회환원 약속을 이행하려는 모습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에 한편으로 부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와 연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경영권 승계 걸림돌 제거 위한 포석
그 핵심에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매끄러운 경영권 승계 작업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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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제공 |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대한 경영체제 승계 구축에 따른 주변의 저항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눈총을 받아온 정의선 부회장을 잠시 무대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정 회장이 이를 불식시키는 작업에 매진하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인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현대기아차 그룹의 대외활동 현장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항상 앞장서는 모양새였다. 2011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된 현대기아차 그룹의 새로운 슬로건을 내거는 자리나 국내의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 등의 주인공은 항상 정 부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2009년 신형 에쿠스 출시 행사를 마지막으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의 얼굴 내밀기와 정 회장의 그림자 행보를 둘러싸고 세대교체 본격화라는 추측까지 난무할 지경이었다.
정씨 부자의 광폭 행보와 그림자 행보가 각각 뒤바뀐 것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다음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등 물류와 광고 분야 일감 6000억원어치를 중소기업에 넘기기로 했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이어 1조12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 공장을 건립하고, 2만2000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선도적 투자에 앞장서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2009년 이후 대외 활동을 극히 자제해왔던 정 회장은 지난해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시작으로 그림자 행보를 벗어던졌다. 지난 5월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수행을 자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