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에서 부분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가 외형 축소를 감내하고 철수를 결정한 이유를 놓고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현재 전면 철수와 부분 철수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부분 철수 쪽에 무게가 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향수와 화장품, 담배와 주류, 패션 잡화 등 모든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담배와 주류만 남기고 나머지는 품목은 판매를 접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부터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워낙 의견 차이가 커 진전을 보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사업자에게 불리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항공사를 제소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이 내야 하는 임대료는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5년 동안 모두 4조12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해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지난 2년 동안 임대료가 5천억 원대였으나 올해 7700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내년에는 1조 원 이상으로 더 불어난다.
롯데면세점은 2월 말부터 공식적으로 인천공항에서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 사업기간 5년 가운데 절반인 2년6개월이 지나야 사업자가 철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권을 반납한 뒤에도 4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6월 이후에야 면세점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이 외형 축소는 물론 인천공항면세점이 지닌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부분 철수를 검토한 이유를 놓고 호텔롯데 상장이 다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면세점업계는 보고 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세계 공항면세점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홍보효과를 낼 수 있다. 해외사업을 확대할 때도 한층 더 높은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언제든지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만큼 롯데면세점 실적이 매우 부진한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에서 면세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당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결과, 롯데면세점의 실적 회복 등에 따라 상장시기를 정하려 했다. 재판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호텔롯데 상장도 조만간 추진을 놓고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창립 이후 40년 가까이 업계 1위를 지켜왔다. 제1터미널에서 철수하고 롯데면세점이 나간 자리에 다른 면세점이 들어서면 업계 순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이 철수하면 호텔신라(신라면세점)와 신세계DF가 롯데면세점이 나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진행된 면세점 입찰에 대부분 참여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철수와 부분 철수를 놓고 검토 중”이라며 “설 연휴 이후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