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식 액면분할을 놓고 증권가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높아져 삼성전자가 경영 투명성과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실제 주가 부양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일 “삼성전자가 주식분할을 결정한 것은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근본적 기업가치 상승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주식을 50분의 1로 분할해 재상장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현재 250만 원 안팎인 주가가 5월부터 5만 원 정도로 낮아져 소액주주의 투자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주주의 투자기회가 확대되며 삼성전자가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또 삼성전자가 추가적 주주환원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자 주주 구성에 개인투자자가 늘어난다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요구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이 통과되려면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는 것도 중요한 만큼 삼성전자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 변화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주가 저평가의 고질적 원인으로 꼽혀왔던 불투명한 의사결정구조와 이사회의 제한된 역할 등이 소액주주 비중 확대를 계기로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식 매입 부담을 낮춰달라는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주주들의 요구를 적극 검토해 반영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대규모 액면분할을 실시한 뒤에도 주가는 이틀째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식분할계획을 처음 발표한 1월31일 주가는 0.2% 상승마감하는 데 그쳤고 이튿날인 2월1일 주가도 보합세에 머무르며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분할 뒤 소액주주의 투자가 실제로 늘어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보다 차익실현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25%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다. 올해 실적 전망의 기대도 현재 주가에 모두 반영된 것으로 분석돼 단기 상승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약 2개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250만 원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며 매수세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IT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지난해보다 미지근한 탓이다.
소액주주는 주로 배당수익보다 단기 차익실현을 노려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삼성전자 주식의 선호도가 높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주식 분할 뒤 재상장을 예고한 5월까지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1분기 실적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인데다 매년 상반기가 IT기기 비수기로 꼽히는 것도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 노력이 상반기 실적 부진 전망으로 흐려지고 있다”며 “올해 실적이 좋아져야 액면분할 효과도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