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이 확대되면서 금융회사의 ‘CEO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수장 선임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수장들을 겨냥한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진사임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다른 은행 5곳에서도 채용비리 정황 22건이 적발됐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 5곳이 어딘지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 은행들은 금감원에 문제의 채용은 관행에 따른 것으로 의도적 조작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이 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은행장 등 경영진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관련된 은행장들의 입지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28일 ‘2018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서 “채용시스템 점검결과에서 적발된 채용비리 등과 관련해 기관장과 감사 해임을 건의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는데 직접적으로 금융회사 경영진의 ‘해임’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 만큼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은행의 채용비리를 책임질 경영진의 범위에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이 은행계열사의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 데다 지난해까지 K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은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실시하고 있는 지배구조 검사와 맞물려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각 사외이사들 등 주요 경영진을 겨냥한 압박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이 최근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 과정을 놓고 회장 선임절차를 연기하라고 요구했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반발에 한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체면을 구겼던 만큼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금융위가 주요 경영진의 해임을 권고하더라도 말 그대로 ‘권고’인 만큼 금융회사가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자체적 판단에 달렸다.
다만 채용비리의 경우 최근 청년실업과 맞물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이슈인 데다 금융업 특성상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권고를 금융회사가 무시하기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수사에서 채용비리와 관련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며 “채용비리 의혹이 금융회사 수장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