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1월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4만7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23.9% 줄었다. 세계 15대 해운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계 15대 해운사들의 선복량은 12.6% 증가했다.
선복량은 선사가 운영하는 선박의 화물적재공간을 말한다. 선사는 선복량이 클수록 더 많은 화물을 처리할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이 줄어든 이유로 다른 선사에 선박을 빌려줘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창근 사장은 2016년 말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수익성 회복으로 경영 정상화의 희망을 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2888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5.4%나 줄였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에 1만3092TEU급 3척, 1만81TEU급 6척을 빌려줬고 이스라엘 선사 짐라인에 8566TEU급 2척을 빌려줬다.
물동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동안 노선까지 운영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 차라리 빌려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해운업은 많은 선복량을 바탕으로 물동량이 늘어야 수익을 내는데 현대상선이 다른 선사에 선박을 빌려줘 이 선사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줬다는 말이 나온다. 이 선사들은 새 선박 발주없이 선복량만 늘렸다는 것이다.
유창근 사장이 2022년까지 선복량을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하면서 정작 신조 발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5월 받는 1만1천TEU급 2척을 제외하면 남아 있는 선박 발주가 없다.
선복량은 곧 선사의 경쟁력인 만큼 유 사장은 그동안 추진하던 신조 발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지난해 본사에서 열린 영업전략회의에서 “국민적 여망에 맞춰 대형선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서 6천억 원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2천억 원을 선박 확보에 사용할 계획을 세워뒀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선박을 발주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 2020년 시작되는 환경규제에 맞춰 주도권을 잡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과 같은 친환경선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019년 해운동맹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도 마무리되는 만큼 현대상선의 선복량 확대는 경쟁력 확보를 넘어 생존에도 절대적이다. 선사들은 해운동맹을 통해 운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상선이 아직 독자적으로 전체 노선을 운영할 규모가 되지 않는데 향후 글로벌 해운동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59만TEU 이상은 확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없이 활동하려면 선박을 다 돌려받는다 해도 지금보다 20만TEU 이상은 더 확보해야 한다”며 “아시아 역내 노선을 빼면 미주서안 밖에 독자적으로 운항할 노선이 없는 만큼 지금보다 더 많은 선복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