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남북은 2016년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선언과 함께 끊어졌던 판문점 연락채널을 1년11개월 만에 다시 연결했고 4일 오전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남과 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참가와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연락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판문점 연락채널을 재가동했다.
아직까지 남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 장소나 시기, 성격과 의제 등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통일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회담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북회담의 주된 의제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사항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의 기회를 살려 개성공단 재가동을 논의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번 회담의제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국한될 경우 남북관계는 단발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그치겠지만 개성공단 재개로 이어질 경우 남북관계의 중장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민간협력으로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등과 함께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됐다. 이산가족 상봉이 단발성 사건에 그칠 수 있는 반면 개성공단은 중장기적으로 남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관계 개선효과가 더 크다.
개성공단을 방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가동 부담이 커지는 점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변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가동 명분이 흐릿해지는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가동 논란에서 보듯 개성공단 방치는 남북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고위급 회담이 성사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직접 회담대표로 나설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을 논의할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의 급격한 대화 분위기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고위급 회담 제안과 3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화답을 거치며 조성됐다.
이번 남북회담이 실무자급이 아닌 고위급으로 진행될 경우 회담을 직접 제의하고 화답한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이 회담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는 북측에서 리 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올 경우 조 장관이 대화상대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개성공단 사업지업단장을 맡으면서 개성공단의 기틀을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장관 취임 이후 “현재 국면에 변화가 생긴다면 개성공단 재개문제를 최우선으로 풀어나갈 것”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개성공단 재개가 우선돼야 한다” “개성공단만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전경. <뉴시스>
그동안 남북관계 단절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재가동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회담과 관련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통일부에게 협의 전반을 맡기기로 했는데 조 장관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할 경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세부과제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포함했다.
최근 국내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원인이 새롭게 주목받는 점은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한 국내여론이 유리하게 형성될 가능성을 높인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조 장관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하더라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동반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주요국가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에 따라 북한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 태도의 변화없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에 기대감을 보이며 통일부에 방북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