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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에 열린 금융발전심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다음달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 모범규준에 따라 앞으로 금융권 계열사의 CEO나 고위 임원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게 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대주주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일부에서 반대의견도 나온다. 모범규준이 상법에서 보장한 이사회와 주주의 인사권과 충돌한다며 법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 대기업 금융계열사 인사관행 바뀔까
금융위원회는 입법예고됐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예정에 따라 오는 12월10일 발효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모범규준 적용을 받는 118개 금융회사는 앞으로 CEO 등 집행임원을 선임할 때 추천 경로와 경력, 추천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삼성그룹 등 약 8개의 그룹에 포함된 금융계열사 30여 개가 이번 모범규준 적용대상에 들어간다. 주로 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대기업 금융계열사도 그룹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의 결정에 맞춰 고위임원을 임명하던 관행을 따르기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모범규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에 포함되며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금융계열사는 그동안 금융경력이 거의 없는 인사를 임원으로 종종 임명했다. 금융권 인사를 뽑아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임원을 자본시장 경험이 없는 은행 출신으로 선임하는 일이 잦아 비판을 받았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앞으로 각 금융회사는 이사회와 별도의 상설조직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의 의중대로만 움직였던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사외이사 가운데 일부는 추천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이사회가 진행했던 CEO 승계 계획을 구체화하고 이를 맡을 기구도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에 따른 조치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30일 전에 공시하는 연차보고서에 이사회의 새 집행임원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넣어야 한다.
추천경력을 쓸 때도 전에 근무했던 회사나 보직에서 얻은 업무성과 등 구체적 경력을 자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공시를 통해 고위임원이 자질을 미리 알아보도록 했다”며 “이렇게 판단한 결과가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정도도 과반수 대신 ‘충분한 수’로 명시했다. 이를 통해 주주대표나 기관투자가 등 다양한 관계자가 참가할 여지가 생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에서 금융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보험이나 증권사 임원으로 임명하는 일이 많았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시행될 경우 이러한 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회사 “상법과 어긋난다”며 반발
금융회사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대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상법에 따르면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권한이다. 회사의 정관으로 따로 정한 경우 주주총회에서도 선임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범규준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상법에 나오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권한과 맞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주주가 없고 사외이사 권한이 강력한 은행권에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며 “대주주가 확실한 비은행권 금융회사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범규준이 각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에 대한 외부평가를 2년마다 시행하도록 한 데도 불만을 제기한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평가하려면 기업 내부의 경영활동도 살펴봐야 한다”며 “외부에서 평가를 받을 경우 회사 내부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