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별도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차입금은 11월 말 기준으로 1조4천억 원 정도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8976억 원, 단기금융자산이 3조8852억 원 정도 가용자금은 넉넉한 편이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1분기에 해외법인을 매각하고 현대미포조선에 울산지역 본사와 용연공장 부지 일부도 팔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약 7천억 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 3월까지 1조28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를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1조4천억 원 정도의 순차입금을 대부분 갚게 된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6일 열린 현대중공업 유상증자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지금 당장 자금이 부족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2019년 수주상황이 개선될 때를 대비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수주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9월 펴낸 ‘신조선시장 2017∼2029년’에서 2018년 신조선 발주가 1134척, 278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 발주규모보다 약 20%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선박을 주문받아 건조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선주들은 조선사들이 이 기간에 안정적으로 배를 건조할 재무건전성을 확보해두고 있는지 과거보다 꼼꼼하게 살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전 세계 조선사들이 2016년 극심한 수주절벽에 몰리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도 선주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차입금을 모두 갚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자구계획안 등 경영개선계획을 계속 진행해왔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그동안 진행해왔던 경영개선계획도 마침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면서 강환구 사장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게 되면서 4분기 영업손실을 봐도 금융권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제한되거나 여신축소 가능성 등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체력도 비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단독 대표이사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 현대중공업 울산지역 작업장.
강 사장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가칭) 부회장과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공동 대표이사로 호흡을 맞추다가 2018년도 인사에서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단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 환율하락과 선박용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1025억 원,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부담 438억 원, 현대삼호중공업 공사손실충당금 1800억 원, 현대미포조선 공사손실충당금 200억 원 등으로 모두 3천억 원이 훨씬 넘는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4087억 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이 47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4분기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금융권의 여신경색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며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면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서를 더 쉽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되고 수주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