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협의회 주최 '문재인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이른바 '문재인 건강보험'이 암초를 만났다.
의료계가 문재인 건강보험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과거 의약분업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문재인 건강보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한 달만인 8월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2022년 70%까지 높이는 내용을 뼈대로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이르면 올해 안에 세부 추진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의료계가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문재인 건강보험을 비판했다. 주최측 추산 3만 명, 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 건강보험이 의료계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건강보험 재정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 문재인 건강보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의 수익구조를 악화해 결국 문을 닫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 만큼 국민에게 적정부담을 지도록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가 아닌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로 개편하자는 얘기다.
이필수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졸속적으로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하기 앞서 정상적 수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진료한 만큼 정당한 대가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문재인 건강보험 정책을 설득하기 위해 의료계와 접촉해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건강보험 발표 전후로 추무진 의협 회장을 만났다 이달 1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필수 의협 비대위원장과 긴급회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게다가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이 줄어들면서 의료계의 불만은 오히려 더 커졌다. 문재인 건강보험과 관련된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문재인 건강보험 반대와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와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있다”며 “조속히 만나 진지한 자세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장관은 6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독단적으로 보장성 강화를 할 생각이 없다”며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신뢰관계가 보건의료정책 추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 재가동하기 시작한 의료정책발전협의체를 통해 해결점을 찾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회의가 12월27일에 잡혀 있는데 정부가 올해 안에 문재인 건강보험 세부계획을 내놓기로 한 만큼 시간이 많지는 않다.
이번 대립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의 문재인 건강보험 추진의지가 강한데 의료계의 반발 역시 이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한의사 의료기기허용 법안 논의에 착수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사이 문제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 문재인 건강보험은 표면적 문제일 뿐 이번 대립은 장기간 쌓여온 갈등이 불거진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시작은 2000년 전후 의약분업 사태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의약분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수가를 올렸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자 다시 인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에서 정부의 신뢰도는 사실상 제로”라며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하려 해도 잘 풀리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