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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가 받는 브랜드 사용료는 타당한가, 공정위 의문에 지주사 긴장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7-12-01 16: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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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가 받는 브랜드 사용료는 타당한가, 공정위 의문에 지주사 긴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1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김상조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주사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하면서 지주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주사들은 각 계열사로부터 연간 수천억 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브랜드 사용료를 책정하는 근거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가 한 해 동안 ‘롯데’ 브랜드 사용료로 연간 1천억 원가량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는 3년 동안 롯데쇼핑으로부터 780억 원, 롯데케미칼로부터 456억 원 등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요율은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5%로 책정됐으며 지급기준이 매출인 만큼 매출규모가 가장 큰 롯데쇼핑이 가장 많은 금액을 낸다.

금액이 적어 자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계열사의 브랜드 사용료를 더하면 전체 금액은 더욱 많아진다.

브랜드 사용료는 배당과 함께 지주사의 대표적 수익원이다. 보유 지분율이나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매출에 연동되기 때문에 지주사 입장에서 안정적 수익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주요그룹 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곳은 LG다. LG는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2478억 원을 받았다. 그 뒤를 이어 SK가 2037억 원을 벌었으며 CJ는 834억 원을 받았다.

지주사는 아니지만 '한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도 지난해 1440억 원을 브랜드 사용료로 받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달 초 5대 그룹 전문경영인을 만난 자리에서 지주사의 수익구조를 놓고 “배당금이 주요 수입이 되어야 하는데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임대료 등을 받고 있다”며 “이런 구조가 지주사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는 없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용선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점검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브랜드 사용료 산정과정에서 합리적 근거보다 업계 관행에 따른다는 점과 계열사로부터 과도한 사용료를 받는 경우 지주사의 부당이익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브랜드 사용료는 보통 지주사와 계열사의 수의계약으로 정해진다. 보통 매출의 일정 비율을 들고 가는데 이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일괄적 기준이 없고 내부상황이나 업계 관행을 바탕으로 각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책정한다.

CJ와 두산이 각각 0.4%, 0.3%로 높은 수준이고, LG와 SK는 0.2%, 롯데는 0.15%다. 브랜드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각 그룹마다 브랜드 가치나 광고 집행비용, 경영자문 여부 등이 다르고 브랜드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점도 계열사마다 브랜드 사용료 요율이 천차만별인 이유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 사용료 요율이 마땅한 근거 없이 올라도 계열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화는 2015년 23년 만에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브랜드 사용료 요율을 기존 0.2%에서 0.3%로 올렸다.

롯데그룹 역시 그동안 브랜드 사용료 개념이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았는데 롯데지주 출범으로 계열사들이 그동안 지불하지 않던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지주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계열사의 이익을 들고가는 점을 놓고도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지주가 롯데쇼핑 지분을 25.9%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롯데쇼핑은 3년 동안 브랜드 사용료로 780억 원을 내야 한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의 경우 롯데지주와 직접적 지분관계가 없는데도 브랜드 사용료로 3년 동안 각각 456억 원, 257억 원을 내야 한다.

다른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의 주요 자회사 지분을 20~30%대 보유하고 있으며 LG도 LG전자, LG화학 등의 지분율이 30%대에 그친다.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에 연동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받는다. 업황과 상관없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만큼 계열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자를 내도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92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해 한화에 55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냈던 45억 원보다 22%나 인상된 금액이다.

경쟁력과 상관없이 계열사에 모두 같은 요율을 요구하는 점 역시 불합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에서 롯데쇼핑은 가장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낸다. 롯데쇼핑 매출이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이 롯데쇼핑의 절반에 그쳐 브랜드 사용료도 훨씬 적게 낸다.

그러나 둘의 영업이익은 역전된 지 오래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4천억 원을 훌쩍 넘겼는데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3천억 원에도 못 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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