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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 위에 감사' 이건호 행장의 굴욕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3-05 15: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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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장 위에 감사' 이건호 행장의 굴욕  
▲ 이건호 국민은행 행장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감사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사전검열’을 받는다. 국민주택채권 위조,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물의가 잇따라 터지면서 감사 범위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경영권 위축이 불가피해 이 은행장으로서는 큰 불만이겠지만 이를 쉽게 드러낼 수 없는 형편이다.


5일 국민은행은 국민은행 감사위원회가 이건호 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서류를 사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이미 지난 2월 27일 상임감사위원 직무규정을 개정해 감사위원의 권한을 대폭 확대해 놓았다.


이 은행장은 이에 따라 자신이 결재하는 모든 업무에서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정 감사위원은 지난 1월6일 선임됐다. 전임자인 박동순 감사위원은 국민주택채권 위조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국민은행 측은 사전감사제도의 전면 시행에 대해 검열이 아닌 금융감독원 일상감사에 따른 직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사후감사로 이뤄지던 것을 사전감사로 바꾼 것”이라며 “감사의견이 있어도 결정은 최종결재권자가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큰 변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사전감사제도의 확대도입으로 경영진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감사위원회가 경영권에 과도하게 간섭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안에서 결재 전에 감사가 이뤄진다면 빠른 의사결정이 생명인 금융권에서 과연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결정이 이례적이라며 “은행장은 엄청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감사까지 받아야 한다면 업무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감사위원의 권한이 강화됨에 따라 “행장 위에 감사가 있는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은행장도 사전감사가 달가울 리 없다.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경영 전반에 걸쳐 간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무규정을 바꿔 시행근거를 마련한 만큼 합법성 문제는 없기 때문에 거부할 수도 없다.


이 은행장으로서는 감사권 강화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어 불만을 드러내기도 부담스럽다. 최근 잇달아 문제를 일으키는 국민은행에 대해 사전감사 전면 시행이라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업무기강 해이로 은행이 위기에 있다면 사전감사 대상을 넓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계속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주택대출 수수료 미환급 문제가 터졌다. 금융권은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벌여 주택담보대출 수수료 6억여 원을 고객 1400명에게 돌려주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지난 2일 알려왔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28일부터 환급에 필요한 정산 업무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측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 중에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금 대상이 아닌데도 출연계좌를 보유한 고객에 대해서 환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에 큰 상처를 안겨준 국민주택채권 사건과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은 그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민주택채권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주택기금 관리업무가 정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사건은 최초 보고 당시 3명으로 알려졌던 가담자 수가 최근 1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횡령금액도 1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직원 10여 명이 채권을 불법 매매해 약 90억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11월 최초로 보고됐다. 특히 이 사건에 이 은행장의 직속부서인 감찰반 소속 직원까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은행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쿄지점에서 벌어진 불법대출 사건의 경우 국민은행에 대한 기관경고가 확실시된다. 도쿄지점 사건은 지난해 9월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검찰조사 결과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7년부터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약 4000억 원을 불법대출했다. 최초 조사에서 추정된 1700억 원의 두 배를 넘는 액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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