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LG가 구광모 상무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전량인 24.7%를 약 3천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면서 구 상무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LG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구 상무는 LG상사 지분 2.11%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매각으로 약 25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그는 올해 9월 희성금속 지분 3%를 팔면서 약 71억 원을 얻었으며 지난해에는 LG와 LG상사로부터 주식 배당금으로 140억 원가량을 받았다.
구 상무는 수년에 걸쳐 LG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온 데다 LG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도 LG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LG그룹은 2003년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안정적 수준으로 확보하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구 상무는 꾸준히 LG 주식을 사들여 보유지분을 2004년 0.26%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24%까지 늘렸다. 구본무 LG 회장(11.28%)과 구본준 LG 부회장(7.72%)에 이어 3대 주주다.
구 상무는 2004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LG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2014년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2015년 말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 나라 회장으로부터 LG 주식을 증여받은 데다 꾸준히 지분도 매입하면서 LG 지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현금으로 경영권 확보에 충분한 지분을 사들이기에 부족한 만큼 장기적으로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의 기업가치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 상무는 LG상사가 2015년 7월 물류업체 범한판토스(현 판토스)의 지분 51%를 매입하는 데 참여해 개인 돈 약 400억 원을 들여 지분 7.5%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판토스는 LG 계열사 물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7% 급증한 2조9977억 원에 이르렀다.
LG가 이번에 계열사로 편입하는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를 안정적으로 키우면서 덩치를 불리면 구 상무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 7.5%의 가치도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LG가 안정적으로 LG상사와 판토스를 지배하게 됐다”며 “LG그룹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장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물류업체인 판토스도 직접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는 이번 인수로 판토스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상당부분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가운데 70%가량을 LG전자 등 계열사 물량으로 올렸다.
LG 관계자는 “LG상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지주사체제에서 계열회사를 편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