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사회공헌기금 출연에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강영국 대림산업 부사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약속한 기금을 왜 내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GS건설 관계자는 “임병용 사장이 국감에서 내겠다고 확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고 재단구성과 사업목적, 운영계획 등이 잡혀야 한다고 한 것”이라며 “누가 얼마나 언제까지 내는지는 대한건설협회가 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대한건설협회가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기금을 내기 어렵다”며 “다른 건설사들은 안냈는데 우리만 내면 주주들에게 책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48개 건설사들은 4대강사업 담합에 따른 행정제재 처분을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피해갔다. 당시 비난여론이 일자 2천억 원 규모의 건설공익재단을 만들어 취약계층 주거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모아진 기금은 2년째 47억1천만 원에 머물러 있다. 전체 모금액의 2.3% 수준이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이 각각 10억 원을 냈고 GS건설과 포스코건설, 대림산업은 3억 원씩을 냈다. 납부시점도 특별사면이 이뤄진 2015년 한 번씩이다.
애초 예정됐던 기금마련 목표시점은 지난해 8월15일 이전이다. 모금이 지지부진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현대건설 등 8개 건설사와 간담회를 열고 50억 원에서 150억 원씩 기금출연을 약속받기도 했는데 여태 소식이 없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대한건설협회에만 책임을 미루면서 사실상 돈 내기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지못해 약속을 하고는 서로 눈치만 보다보니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일에 진척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건설협회는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아왔다. 유주현 협회장이 운영하는 신한건설의 도급순위가 600위권 대에 불과한 데다 현대건설, GS건설 등을 포함한 30대 건설사들은 한국건설경영협회라는 모임을 따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건설협회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어렵다보니 아직 마땅한 계획은 없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부쩍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수현 사장은 이번 국감에서 “더이상 담합은 없으니 믿어달라”며 거듭 당부했고 임병용 사장은 신뢰를 높이겠다며 부정행위 없는 ‘청렴수주’를 선언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담합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매번 윤리경영을 장담했다. 이번 역시 담합을 용서받겠다며 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말로만 신뢰를 구해서야 이미지 회복은 먼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낡은 이미지는 국내 건설업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 왔다. '짬짜미'로 불리는 건설사들의 담합은 ‘입찰이 있는 곳에 담합도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뿌리가 깊다. 현금봉투가 오가는 수주전 역시 악명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건설과 토목건축 등 건설업계 대부분의 사업은 공적 영역에 가까워 국민들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매년 깎고 규제를 강화해도 국민들은 관심이 없고 건설업계만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