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와 효성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영국 버뮤다 등 조세도피처를 활용해 세금 감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언론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뮤다에 위치한 로펌 ‘애플비’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애플비 고객명단에서 한국인 232명의 이름과 이들이 설립한 조세도피처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90개가 발견됐다.
▲ 애플비 버뮤다 본사.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
애플비는 1898년 버뮤다에 설립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아일랜드, 홍콩 등 세계 조세도피처 11곳에 지사를 두고 거대기업과 부호들의 세금을 줄이는 데 힘써온 법률회사다. 최근 고객명단 등을 해킹당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한국기업으로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 재벌기업, 코스닥에 상장한 중견기업 등이 발견됐다”며 “한국인이 조세도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지역을 살펴보면 몰타가 42개, 버뮤다 18개, 케이맨과 세이셀이 각각 7개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애플비 유출 문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06년 현대상사가 보유한 예멘LNG 지분을 사들일 때 알려진 것(167억 원)보다 300억 원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가스공사는 LNG판매수입 법인세와 배당 법인세 등 이중과세에 따른 세금 전액을 면제하기 위해 버뮤다의 유령회사 ‘현대 예멘LNG’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사는 예멘LNG 지분을 유령회사에 넘겼고 이 유령회사의 지분 일부를 가스공사에 넘겼다.
애플비 유출문서에서 효성그룹이 연루된 유령회사 ‘효성파워홀딩스’도 발견됐다. 이 회사는 효성의 공시자료에 나와 있는 회사로 효성이 지분 100%를 소유한 케이맨아일랜드 법인이다.
이 회사의 2012년 기준 자산은 애플비 문서에서 882억 원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공시자료에는 706억 원으로 나와 있다.
애플비 유출 파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도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조세도피처에 회사를 설립해 제재대상인 러시아 기업과 거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