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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왜 전격 사임했나, 우리은행 계파싸움에 지쳤나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7-11-02 16: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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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우리은행의 계파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광구 왜 전격 사임했나, 우리은행 계파싸움에 지쳤나
▲ 이광구 우리은행장.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자체감찰 보고서를 통해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이 행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만큼 이 행장의 사의는 뜻밖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행장도 임직원들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하며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 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이 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를 놓고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된 은행으로 일반직원 대부분은 우리은행으로 입사했지만 임원급 인사들은 출신은행이 달라 미묘한 갈등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부문장을 포함해 임원 10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끝나는 것을 앞두고 한일은행 출신 인사들과 상업은행 출신 인사들 사이의 계파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행장은 10월 중순에 우리은행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차기 회장에 응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1년 반가량을 남긴 데다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거취를 언급한 것이다.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차기 회장을 놓고 우리은행 내부의 계파갈등이 거세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잠재워 이 행장의 최대목표인 지주사 전환을 순조롭게 마친 뒤 명예롭게 퇴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감에서 내놓은 우리은행 인사청탁 관련 문건은 우리은행 인사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 행장의 반대파쪽에서 의도적으로 외부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특히 이번 채용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대부분 이 행장과 같은 상업은행 출신 임원이라는 점도 이런 ‘계파갈등설’에 힘을 실어준다.

이 행장은 이런 계파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및 완전민영화 등 굵직한 경영사안들이 제대로 진전되기 어려운 만큼 용단을 내려 계파갈등과 관련된 잡음을 끊어내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내부의 ‘이 행장 흔들기’와 연이은 정치권의 압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행장이 최근까지도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의욕적으로 업무를 챙겼던 데다 우리은행의 실적도 3분기까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물러날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이 행장이 연임한지 8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우리은행 연말 인사를 앞두고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며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 등 각종 현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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