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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사업, 정유회사의 구세주가 될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11-05 19: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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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활유사업, 정유회사의 구세주가 될까  
▲ 왼쪽부터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유업계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정제마진은 2008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국제유가는 2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정유업계 실적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정유업체가 정제과정을 거쳐 원유를 휘발유 경유 등과 파라자일렌(PX) 올레핀 등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하기까지 30∼50일 정도가 걸린다.

이때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그러면서 50일 전에 비싸게 산 원유재고로 가격이 떨어진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정유업체들이 앞으로 수년 동안 정유사업에서 손익분기점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정유사업의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윤활유사업을 꼽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윤활유를 공급해 사업규모를 넓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활기유 시설 등에 정유업체들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윤활유사업에 왜 공들이나

윤활유사업은 정유업체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에 윤활유 부문에서만 7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634억 원, 72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 시장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라 정유업체들은 해외로 발을 넓히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활유시장은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다. 선진국에서 환경과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신흥국에서 기계나 자동차산업에 쓰일 용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급 윤활유 소비량이 늘고 있다. 고급 윤활유는 중저급 윤활유보다 가격은 높지만 연비를 강화해 기름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탁월하다.

윤활기유란 윤활유의 기초원료로 고도화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처리해 만든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하면 자동차, 선박, 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이 된다.

유럽연합의 자동차시장에서 고급 윤활유 수요는 2010년 16%에서 지난해 44%로 늘어났으며 매년 33%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자동차와 기계산업이 성장해 윤활유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은 자동차시장이 커지면서 전체 윤활유 수요에서 고급 윤활유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5%에서 지난해 30%로 늘었다.

◆ 허진수, GS칼텍스 윤활유사업으로 리더십 회복할까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은 GS칼텍스를 이끄는 동안 실적부진이 커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있다.

GS칼텍스는 2분기에 영업손실 701억 원으로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최악의 손실을 냈다.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손실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그동안 GS그룹의 최대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는데 그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며 “GS칼텍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그룹 매출의 63%나 차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GS칼텍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 부회장은 윤활유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윤활유사업의 성패는 허 부회장의 상처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말도 GS칼텍스 내부에서 나온다.

GS칼텍스는 2010년부터 해외 윤활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1위 윤활유 브랜드인 ‘킥스’의 해외판매 지역을 넓혀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 등에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GS칼텍스의 윤활기유와 윤활유 수출액 가운데 윤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2.8%에서 지난해 44.3%까지 늘었다.

GS칼텍스는 국내 윤활유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윤활유시장은 연 2조5천억 원 규모로 GS칼텍스(17%) SK루브리컨츠(16%) 에쓰오일(12%)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SK루브리컨츠의 윤활유사업, 최태원의 선견지명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3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10월 스페인에 있는 고급 윤활기유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산 63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이 공장에 SK루브리컨츠가 렙솔과 7대3의 지분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3억3천 유로를 투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공장은 물론이고 울산, 인도네시아 등 3개 공장에서 연간 350만 톤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엑손모빌, 쉘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최태원 회장은 2011년부터 이번 합작사업을 이끌었다. 당시 그는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사 회장을 직접 만나 합작공장 설립에 합의했다.

최 회장은 당시 “고급 윤활기유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가 되려면 해외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합작사업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국내가 아닌 유럽에 윤활기유 공장을 짓고 유럽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고급 윤활기유 수요가 늘고 있는 현재 시장상황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에서 윤활유 브랜드 ‘지크’로 1위 GS칼텍스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또 지크의 전문판매점인 ‘아임 지크’를 다음해 러시아 등 해외에서도 열기로 했다.

◆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윤활유사업 성공할까

현대오일뱅크는 석유정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93%에서 2020년 60%까지 낮추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뒤늦게 윤활유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9월 세계최대 에너지기업이자 세계 윤활유업체 2위인 쉘과 협력해 충남 대산에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쉘과 6대4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공장설립을 통해 연간 65만 톤의 윤활기유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1조 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문종박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안정적 공장운영 노하우와 윤활유 분야 선도자인 쉘이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번 윤활기유사업이 현대오일뱅크의 수익다각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종박 사장에게도 윤활유사업은 중요하다. 문 사장은 지난 9월 권오갑 사장이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후임 사장으로 취임했다.

문 사장은 현대중공업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그룹내 ‘재무통’으로 불려왔다. 그가 사장 자리에 오른 것도 정유업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의 경영관리 능력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사장으로서 윤활유사업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정유사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대오일뱅크가 후발주자로 성공을 거두려면 이미 치열해진 해외시장에서 차별화전략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가 업계에 비해 저렴한 가격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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