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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연내에 상장된다.
두 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받기 위한 ‘무기’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재원으로 꼽힌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지배회사란 위상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6조 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11.25%와 25.10%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 두 회사의 지분을 활용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어떻게 물려받고 삼성그룹 경영권을 어떻게 승계할지 주목하고 있다.
오는 14일 상장을 앞둔 삼성SDS는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투자자 청약에 나섰다. 다음달 상장될 예정인 제일모직은 이달부터 국내와 해외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진행한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모두 공모규모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용, 삼성SDS 상장으로 최대 3조 확보
하이투자증권은 3일 보고서에서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36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확정된 공모가격인 19만 원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높은 액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 1위로 삼성그룹 내부 매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최근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고 향후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규사업을 전담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무엇보다 삼성SDS가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실탄으로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870만4312 주)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각각 3.9%(301만8859 주)씩 소유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SDS가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삼성그룹의 정점에 서게 될 이재용 부회장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등을 상속받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쓰기 위해서도 기업가치를 계속 높일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삼성SDS는 5일과 6일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 청약을 거쳐 오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상장으로 최소 1조6538억 원을 손에 쥔다. 증권가 예측대로 상장 뒤 주가가 36만원까지 오를 경우 약 3조1333억 원까지 지분가치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은 최소 156배에서 최대 300배에 이르는 상장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확보에 쓴 돈은 106억 원 정도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DS가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당시 44억3500만 원을 들여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실권한 주식 일부를 사들였다. 이후 1999년 삼성SDS가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4%를 주당 7150원씩 총 47억 원에 사들였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15억2천만 원에 사들여 이 회사 지분 45.7%를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SNS는 지난해 삼성SDS와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수준(11.25%)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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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
◆ 이재용, 제일모직 상장되면 지분가치는?
삼성SDS와 함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상장도 주목된다. 제일모직은 12월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희망 공모가는 4만5천~5만3천 원이다.
증권업계는 삼성SDS의 전례에 비춰볼 때 제일모직 공모가도 희망밴드 최상단인 5만3천 원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모가가 5만3천 원으로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은 약 1조6625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길이 열린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3136만9500 주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제일모직 주가가 상장 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핵심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등 향후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지분 25.10%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3.72%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율(약 46%)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제일모직이 그룹 지주회사가 돼 다른 계열사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변환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가장 큰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적정 주가를 7만7712 원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약 2조4377억 원까지 높아진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상장으로도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 중 62만7390주를 주당 7700원에 인수했다. 이 부회장은 48억 원을 들여 2조5천억 원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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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012년 2월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
◆ 이재용 앞으로 어떻게 삼성그룹 승계받을까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으로 최대 5조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제일모직 지분을 통해 2조4천억 원을 확보하고 삼성SDS 지분으로 3조1천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마련하게 됐다고 본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SDS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가운데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반드시 물려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그룹을 상징하는 ‘간판’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3.38%(498만5464주, 보통주)다. 3일 종가인 123만5천 원을 적용한 지분가치는 약 6조1570억 원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0.57%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4151만9180주, 보통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생명 종가 11만6천 원을 놓고 계산하면 지분가치는 약 4조8162억 원으로 계산된다. 이 부회장은 아직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 30억 원 이상 증여 또는 상속할 때 적용되는 세율은 50%다. 최대주주 지분 승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등을 고려하면 실질 상증세율은 65% 정도로 높아진다.
이 부회장이 약 11조 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7조 원에 이른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에 1조5천억 원 정도가 부족하다. 하지만 향후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무리없이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는 보호예수 때문에 상장 후 6개월 동안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이 기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어떤 주가의 흐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또 이 부회장이 확보한 6조 원 가까운 승계자금을 기반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분과 삼성그룹을 어떻게 물려받을지 주목된다.
재계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주가를 높일 수 있는 배당확대를 나중으로 미루는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SDS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개편과 투자확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핵심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