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0-09 00: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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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상선이 곧 출범 1년을 맞는다.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확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우오현 삼라마이다스(SM)그룹 회장은 해운업계 전문경영인인 김칠봉 사장에게 SM상선 경영을 맡겨 새로 출발하는 SM상선의 사업기틀을 빠르게 닦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SM상선, 컨테이너선사 역량 확대 가속화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김칠봉 SM상선 사장.
SM상선은 늦어도 올해 안에 SM그룹 계열사인 대한상선, 우방건설산업과 합병하는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9월 말에 합병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인세법상 합병기업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12월 중순 이후로 합병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SM그룹 계열사와 합병하면 자산 1조 원 이상을 보유한 대규모 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상선은 최근 대규모 컨테이너의 제작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SM상선은 내년에 미국 동부를 오고가는 새로운 노선을 개설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 때 컨테이너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M상선이 컨테이너 제작에 투입하는 비용은 모두 644억 원 규모로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6달 동안 신규 컨테이너 1만5931개가 제작돼 차례대로 인도된다.
SM상선이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직정비와 투자 등을 결정하는 속도는 빠른 편으로 여겨진다.
SM상선은 3월에 한국과 베트남·태국을 오가는 컨테이너선을 처음으로 취항하며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4월에 한국과 미국 등을 잇는 미주노선을 연달아 선보였다.
SM상선의 속도전은 미주노선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7월에 미주노선에 투입된 선박의 적재공간이 꽉 차는 ‘만선’을 보이는 등 성공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 우오현, SM상선 키우기 위해 김칠봉 발탁
SM상선이 사업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우오현 회장의 해운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우 회장은 지난해 8월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을 인수하며 해운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파산한 한진해운의 미국노선과 아시아노선 영업망까지 275억 원에 인수하며 지난해 12월경 SM상선을 설립했다.
과거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영업망 등을 복원하기 위해 한진해운과 거래를 했던 대기업들에 SM상선 이용을 당부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 회장은 4월 SM상선의 미주노선 취항식에 직접 참석해 “SM상선이 국적 원양선사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며 “SM그룹은 올해 해운부문에서 매출 4조 원을 내고 3년 안에 보유선박을 100척까지 늘려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 회장은 해운업계 전문가인 김칠봉 사장에게 SM상선 경영을 맡겨 사세확장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사장은 1991년 대한해운에 입사해 재무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사장을 맡는 등 해운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 전문경영인이다.
대한해운이 SM그룹에 인수된 뒤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해운 사장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대한상선 사장으로 자리를 이동했고 1월에 SM상선 사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과거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한해운 실적을 개선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우 회장이 새출발을 시작한 SM상선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컨테이너선사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로 김 사장을 꼽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어려운 해운업황에서 SM상선의 경영을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해 틈새시장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9월 중순에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태평양이나 인도양은 1만8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필요하지 않고 화주들도 다양한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이 있다”며 “미주노선을 메인으로 활동하면서 아시아와 인도, 중동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대형선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노선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SM상선, 우방건설산업과 합병 괜찮을까
해운업계는 SM상선이 빠른 사업확장을 추진한 덕에 정기운항을 시작한 지 반년여 만에 컨테이너선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선적 대기중인 SM상선의 컨테이너.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는 9월 기준으로 SM상선의 선복량이 5만1549TEU를 기록해 세계 해운사 순위 29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현대상선의 선복량과 비교하면 약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지만 신생기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SM상선의 성장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해운업계 안팎에 자리잡고 있다.
투자은행업계는 SM상선이 업종이 다른 우방건설산업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SM상선이 합병절차를 매듭지으면 해운업과 건설업을 동시에 하는 회사로 탄생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해운업과 건설업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SM그룹은 SM상선과 우방건설산업의 합병을 통해 한 기업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황과 건설업황의 상황을 놓고 볼 때 해운과 건설을 한 데 묶는 사업구조가 오히려 SM상선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해운기업들은 최근 수년 동안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는 등 숨가쁜 재편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물동량 부족과 선박의 공급과잉이라는 덫에 걸려 수익을 개선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잇따른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최근 2~3년 동안 호황을 맞았던 건설경기도 향후 2년가량이 지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미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삭감해 책정했다.
SM그룹은 우방건설산업이 주택부문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내기 때문에 SM상선의 현금흐름이 개선된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전망하는 증권가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쉽지 않아 보인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많은 기업들이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다가 부진한 업황을 견뎌내지 못해 무너진 기업들이 많았다”며 “해운과 건설사업의 공존을 추구하는 SM그룹의 전략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