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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현대건설 '한 방'으로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판세 뒤집어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7-09-28 15: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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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이사비 7천만 원 지원' 공약이라는 단 한 방으로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정 사장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감안해 현대건설을 세운 ‘정주영 회장’을 활용한 마케팅도 했는데 흔들리는 표심을 움직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한 방'으로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판세 뒤집어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을 올해 초부터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동안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을 예의주시한 GS건설보다 준비기간이 짧았다.

GS건설은 예전부터 틈틈이 직원들을 보내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조합원들과 접촉하며 조합과 관계를 쌓았지만 현대건설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표심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

하지만 반포주공1단지 입찰이 마감된 뒤 하루 뒤인 5일 정수현 사장이 조합원들에게 이사비로 현금 7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판세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반포주공1단지 주민들은 대부분 집을 단 한 채 보유하고 있거나 전세를 끼고 돈을 대출받아 투자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건설사가 내세운 특화설계 등의 건설조건은 관심 밖이었고 현금지원에만 관심이 쏠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대건설이 이사비 7천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자 애초 GS건설을 시공사로 낙점했던 조합원들의 마음도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이 현대건설의 이사비 공약과 관련해 적법성을 문제삼은 탓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시정조치 명령이 내려지면서 판세가 다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GS건설이 현금지원 공약을 가로막았다는 여론이 펴지면서 현대건설은 오히려 이득을 봤다.

현대건설은 시정조치 명령을 받아들이면서도 “7천만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반포주공1단지의 주변시세와 집수리비용, 부동산수수료, 포장이사비, 기타 부대비용 등을 고려해 조합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다른 방식으로 조합에 어떻게 이익을 돌려줄지 고민하겠다”며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조합원 절반 이상의 나이가 평균 74세 이상인 점을 고려한 마케팅도 표심잡기에 한 몫을 했다.

정 사장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씀을 따라 신뢰를 잃지 않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한 방'으로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판세 뒤집어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현대건설이 시공사에 선정된 뒤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조합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현장에서 공개된 홍보영상에도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 70세 이상 조합원들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국내 1위 건설사라 재건축사업을 맡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GS건설보다 나은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 시공사 선정에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재건축사업은 시공사의 운전자금 부담이 큰 사업”이라며 “조합이 현대건설의 재무안정성에 더 신뢰를 보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130.5%다. GS건설의 부채비율(299.8%)보다 훨씬 좋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수주로 앞으로 다른 강남권의 재건축사업을 수주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강남권에서 현대건설을 대표할만한 단지가 부족했지만 개포주공3단지, 반포삼호가든3차, 방배5구역 등을 수주하며 강남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을 계기로 삼아 강남권 주택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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