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09-06 16: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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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놓고 회생지원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절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금호타이어가 살아남으려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이 지원의 선결조건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9월 말에 1조3천억 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단이 상환시기를 한차례 미뤘지만 이번에도 금호타이어가 채권을 갚기는 힘들어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상반기에 영업손실 507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최근 채권단에 임직원 월급을 목적으로 마이너스 통장 격인 당좌대월자금 사용을 요청할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으로부터 12일까지 받기로 한 자구계획안을 보고 채권의 만기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연장할지 아닐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경영진이 어떤 자구계획안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일 경우 채권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적인 경영정상화 지원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이유로 상반기의 실적 악화를 들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려면 잠재적 인수후보인 박 회장을 무조건 배제하기는 어렵다. 박 회장도 6일 기자들에게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이 악화된 데 (채권단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채권단이 채권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과 호남지역의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 있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선택할 수도 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6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지금 금호타이어 경영진은 차입금의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수용 불가능한 자구계획안을 내놓을 경우 채권단 주주협의회에서 해임절차를 즉각 진행할 것을 이미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하는 동안 박 회장과 여러차례 부딪치기도 했다. ‘금호’ 상표권을 놓고 박 회장과 줄다리기했던 것도 더블스타와 매각협상 중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은행이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금호타이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플랜은 단기간의 법정관리로 채무를 강제조정한 뒤 워크아웃처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기업정상화절차를 뜻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채권단이 여러 채무지원을 하면서 손실규모가 커졌다”며 “법정관리도 채권단의 부담을 가중하는 데다 광주와 호남지역 여론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둘을 절충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