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북한과 직접적인 교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 출범하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역할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 문재인 "북한에 시장경제 확산하는 것은 변화의 유력한 방법"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캐럴린 멜로니 미국 하원의원 등 미국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하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아주 유력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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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북한 내에 자본주의 경제를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며 “그런 노력과 북한 내부 인권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에 국제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확대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7월 베를린 선언에서도 이런 계획을 내비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수위가 고조돼 북한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커녕 북한과 대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며 “이대로는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맬로니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처럼 보도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직접적인 협력이 아닌 우회로를 통해 북한을 단계적으로 끌어내는 방법을 추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만간 출범하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 국가와 교통·물류·에너지 분야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통령 소속기구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정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외교부·통일부·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5명의 정부위원을 포함해 최대 2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북방경제협력기본방향과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처별 실행계획과 추진성과를 점검한다.
◆ 송영길, 러시아와 경제협력부터 이끌어 낼까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통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는 남북철도를 이어 러시아와 유럽까지 연결하고 남북러 가스관 협력 등 동북아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런 계획이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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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하지만 남북대화가 막혀 있는데다 사드 배치로 중국과 관계도 경색돼 있어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우선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은 한국과 러시아에 특히 불리하다는 점에서 두 나라가 손잡을 여지는 많다.
우수근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는 현 동북아 정세를 북한 미국 일본 승자팀과 한국 중국 러시아 패자팀으로 구분하면서 국면 전환을 필요로하는 패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얼마전 프레시안 기고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협력해야 할 나라는 러시아”라며 “막강한 군사력이나 성장 잠재력 그리고 복잡한 관계와 한러 관계 강화 열망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새로운 시도의 우선 대상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여러모로 시의적절해 보인다”며 “전략적으로 다가가면 기대 이상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 러시아 통으로 여겨지는 송영길 의원이 내정된 것도 추후 러시아와 경제협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송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부터 러시아와 많은 교류로 관계를 쌓아왔다. 문재인 정부 취임 후에도 세번이나 러시아를 방문했을 정도로 러시아와 협력사업 추진에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러시아 특사를 맡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가스관사업 재개 등을 제안하며 러시아 경제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송 의원은 또 7월27일부터 8월5일까지 박정·정재호 의원 등과 함께 북방경제원정단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들은 7개 도시 10여 곳을 다니며 대륙철도 연결, 가스관 연결, 북극항로 개척 등을 타진했다.
송 의원은 “북방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남북러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함과 동시에 현실성이 높은 한러 경제협력부터 우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