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중국 조선사에 밀려 해외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데 고배를 마셨다.
국내 대형조선사는 그동안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볼 때 앞으로 컨테이너선분야의 신규수주를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
|
|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18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프랑스 컨테이너선사인 CMACGM이 2개의 중국 조선소에 2만2천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
트레이드윈즈는 “CMACGM이 벙커C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엔진을 장착하거나 LNG연료 추진 선박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형태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중국 조선소와 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CMACGM은 이중연료추진 시스템을 갖춘 선박으로 배를 발주할지, LNG연료 추진선박으로 전환이 가능한 선박으로 배를 발주할지 여부를 9월 초에 결정한다. CMACGM은 8월 말에 마르세유에서 이 내용을 포함한 여러 사항들을 논의할 회의를 개최한다.
CMACGM이 이중연료엔진을 장착한 선박으로 대형 컨테이너선 옵션을 확정하면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 산하에 있는 조선사 후동중화조선이 모두 5척의 선박을 수주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은 나머지 4개의 선박을 건조하게 된다.
중국 조선사들은 2019년 말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을 차례로 선주에 인도하기로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애초 현대중공업이 CMACGM으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용화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 상무는 1일 열린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과거에 CMACGM과 단독으로 협상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예상을 깨고 중국 조선사들이 현대중공업을 수주전에서 제쳤다. 중국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선박가격과 선박금융 지원 등을 제시해 CMACGM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트레이드윈즈는 분석했다.
조선업계는 이번 수주전 결과를 놓고 볼 때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앞으로 벌어질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경쟁에서 일감을 따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최근 해운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동안 미뤄왔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
|
|
▲ 대형 컨테이너선.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과거 컨테이너선시장 호황기였던 2011년과 2013년, 2015년에 전 세계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등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한국 조선3사가 만드는 선박의 가격이 중국 조선사가 건조하는 선박보다 비싸다고 하더라도 기술력에서 월등하게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해외선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지원을 하고 있고 기술력 확보에도 주력하면서 한국 조선3사와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3사는 내심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면 수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겠지만 CMACGM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수 없게 됐다”며 “중국이 계속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우면 국내 조선사에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