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웹브라우저와 음성인식기능 ‘빅스비’, 모바일결제 등 자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구글의 검색기능 탑재로 매년 수조 원대의 라이선스비를 받는 애플과 비슷한 입장에 놓이려면 그만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자체 서비스의 사용자기반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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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
미국 CNBC는 16일 “애플이 예상 밖의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 수익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콘텐츠사업의 매출비중이 가파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증권사 번스타인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의 콘텐츠매출이 수년동안 연평균 19%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체 콘텐츠 판매뿐 아니라 구글 등 외부업체와 협력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에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적용한 대가로 검색광고에 의존이 높은 구글에 올해만 3조4천억 원의 라이선스비를 받는다. 향후 온라인 쇼핑몰과 광고업체 등의 서비스도 기본탑재하는 등 영역확대를 추진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이폰의 글로벌 판매점유율이 20%대에 이르고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효과에 힘입어 애플이 IT기업들의 이용자기반 확보에 핵심 협력사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시선은 애플보다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다. 구글이 삼성전자 제품에 검색엔진을 기본적용하며 지불하는 라이선스비가 4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의 검색광고수익 일부를 나누어 받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지던 사업모델”이라며 “애플과 계약조건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비교해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구글과 관련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구글과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내세울 만한 요소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자체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음성인식기능 ‘시리’ 등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이용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자체개발한 검색엔진도 갖추고 있어 구글 입장에서는 서비스 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설 수밖에 없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아이폰에 기본탑재했던 구글의 동영상서비스 ‘유튜브’와 지도앱을 삭제하고 자체 서비스로 대체하는 등 이전부터 협상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하며 계약조건에 따라 대부분의 구글 앱을 기본탑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런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다.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수와 판매량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애플과 비슷한 조건으로 구글과 계약한다면 매년 수조 원의 라이선스비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한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기술발전과 영역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자체개발 웹브라우저 ‘삼성인터넷’과 음성서비스 ‘빅스비’, 모바일결제 ‘삼성페이’ 등 새 소프트웨어가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꼽힌다.
이런 자체개발 서비스가 충분한 고정 사용자기반을 확보할 경우 구글뿐 아니라 다른 IT기업과 협상에도 유리한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인터넷 웹브라우저를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웹브라우저는 소셜서비스와 온라인쇼핑, 검색 등의 연결통로로 중요성이 매우 높다.
삼성인터넷은 현재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사용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외 다른 스마트폰에도 탑재가 늘어 사용자수가 급증하면 구글 등 IT업체와 검색제휴 등 협상 가능성을 노릴 수 있다.
갤럭시S8에 적용된 빅스비 음성서비스 영어버전의 경우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한다. 당시 구글이 이런 결정에 반발해 출시에 차질을 빚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빅스비는 아직 탑재기기가 적고 기능도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적용제품이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으로 늘고 사용자가 증가하면 구글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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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웹브라우저 '삼성인터넷'과 음성인식서비스 '빅스비'. |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 탑재와 빅스비의 검색기능 제휴는 구글과 MS 등 여러 협력업체에 각각 다른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결제 삼성페이도 다른 업체 스마트폰과 PC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온라인쇼핑몰 등 업체가 쇼핑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효과를 노려 협력을 제안할 수도 있다.
CNBC는 “구글과 아마존 등 다양한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IT기업들이 아이폰과 같은 주요제품에 기본탑재돼 사용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활발하게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이 실현되려면 우선 삼성전자가 결국 자체 서비스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려 구글에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애플과 같이 충성도 높은 스마트폰 고정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