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인가를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자본규모를 늘리고 투자금융사업을 강화하고 있었지만 올해 사업인가를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삼성증권, 초대형IB 인가에 ‘빨간불’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사장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앞두고 투자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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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의 심사를 보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결과를 지켜본 뒤 심사를 재개할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주주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대주주는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0.06%만 보유하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인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와 관련해 법령에 따라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힌 만큼 대주주 적격성과 법령 준수 의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앞두고 삼성생명의 대주주 적격성을 주로 눈여겨보고 있던 윤 사장 입장에서는 겹악재가 생긴 셈이다.
삼성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현행법상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회사와 계열회사는 기관경고를 받은 사유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에 1년 동안 진출할 수 없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와 관련해 명확한 인가요건은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심사보류로 인가 여부는 더 불확실해졌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수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지만 박영수 특검팀과 이 부회장 변호인측이 치열한 법적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재판이 3심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삼성증권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의 심사는 2~3년까지 미뤄지는 셈이다.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게 될 경우 사실상 인가는 최소한 5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대주주의 자격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 윤용암, 삼성증권 낮은 수익성 부담 커져
윤 사장은 ‘종합투자금융팀’이라는 투자금융 전담팀을 만들고 기업공개 전담조직의 규모를 키우는 등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 채비를 갖춰왔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가 자율경영을 시작하면서 윤 사장이 ‘관리의 삼성’에서 벗어나 증권사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드러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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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
그런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을 펼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해지면서 오히려 이런 노력이 삼성증권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기자본을 4조 원대로 불리면서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6.83%, 2015년 7.91%, 2016년 4.74% 등이다.
1분기에도 자기자본이익률은 5.6%로 집계돼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 5곳 가운데 4번째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 14%, NH투자증권 9.9%, KB증권 8.2%, 삼성증권 5.6%, 미래에셋대우 4.3% 순이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4조2천억 원 규모로 늘렸지만 그동안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업무에 집중해왔던 만큼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윤 사장은 발행어음을 활용하고 기업여신 등 신규 업무를 확대해 늘어난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이 빚어졌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경쟁 증권사보다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사업부문이 없다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