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매각설이 또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지만 두산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의심을 씻어내지 못하면서 이런 매각설이 자꾸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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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7일 “두산엔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한 제조기업으로부터 두산엔진 매각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두산엔진 매각을 고려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두산엔진 매각설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불거졌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엔진 지분 42.66%와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자문사 선정작업을 진행했다는 말이 돌았다. 두산중공업은 이때도 두산엔진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두산중공업이 거듭 두산엔진 매각설을 부인했는데도 매각설이 불거지는 것은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도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분기 말 부채비율이 각각 266%, 192.5%에 이른다.
두산그룹이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두산엔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 깔려있는 셈이다. 두산엔진은 지난해 겨우 흑자로 돌아서 두산중공업 실적 기여도가 낮고 최근 3년 동안 순손실 3500억 원 규모를 봤다.
두산그룹이 차입금 등을 갚기 위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1조 원 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점도 재무구조 개선전망을 흐린 요인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두산그룹은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두산중공업에서 5천억 원, 두산인프라코어에서 5천억 원, 두산건설에서 1천5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발행된 신주인수권 부사채 가운데 83.2%에 이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신종자본증권 영구채 5억 달러 가운데 절반과 주식담보대출, 2018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건을 갚는 데 쓰기로 했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셈이다.
문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종자본증권 영구채를 신주인수권부사채로 갚으면 자본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부채지만 비싼 이자를 무는 대신 만기를 계속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를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로 갚으면 자본은 줄고 부채는 늘어나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이 다시 200%를 훌쩍 넘기게 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부채비율 급등을 막으려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을 쥔 투자자들이 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서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경우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율이 36%대에서 최대 31%대까지 떨어지면서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얻는 연결기준 이익도 감소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호조 덕분에 연결기준 실적이 늘어났는데 이런 효과가 약해질 수 있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신고리원전5·6호기 건설중단으로 1조 원 이상 수주잔량이 날아갈 위기에 몰린 데다 5천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앞으로 부채비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든든한 아군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율까지 낮아지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불안이 불거지며 두산엔진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