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검찰수사의 장기화 조짐에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다.
방산비리는 물론 분식회계 등 여러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기업가치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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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섭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직무대리. |
7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900원(4.87%) 오른 4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해 4만 원대를 회복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새 의혹이 흘러나올 때마다 급락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는 7월 중순만 해도 6만 원대를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올해 말에 미국의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을 수주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7월14일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하며 방산비리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주가는 수리온 결함과 경영비리 의혹이 집중적으로 부각된 검찰의 수사 초기단계에 3거래일 연속으로 빠졌다. 이 때 증발한 시가총액은 모두 1조2720억 원이다.
주가가 한동안 5만 원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자 이틀 동안 26.7% 급락해 3일에는 2015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3만8500원까지 후퇴했다.
방산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 3주 만에 기업가치가 33%가량 빠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방산비리 수사가 어떻게든 빨리 결론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할수록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의 특성상 신뢰도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제품개발 단계에서 비리문제가 불거진 제품은 해외 프로젝트의 입찰단계에서 아예 후보군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검찰수사가 장기화되게 되면 신뢰도는 회복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이 방산비리 문제와 맞물려 사업자체에 의구심이 커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비리 의혹과 수리온 결함문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영비리 의혹은 철저히 수사하되 수리온에 부실헬기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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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수리온과 같은 헬기를 개발할 때 처음부터 완전할 수는 없다. 어느 나라에도 개발단계에서 완전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결함이 있다는 게 곧 비리가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수리온에 결빙이나 누수, 방풍유리 파손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점을 이유로 들어 수리온 개발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 방산기업도 전투기나 헬기 등을 개발할 때도 예기치 못해 발생하는 결함을 추후에 시정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수리온에 결함이 발생하자 이를 방위사업청과 협의해 꾸준히 개선하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사실상 ‘비리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해외에 완제기를 수출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서는 검찰의 수사가 조기에 종결돼 시정할 것은 빠르게 시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검찰이 적폐청산 1호로 방산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사업이 안정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