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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
IBM이 골칫거리였던 반도체사업부를 떼어 냈다.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에 웃돈을 주고 이를 넘기는데 합의했다.
IBM은 매년 1조5천억 원의 손실을 내던 적자 사업부를 털어버리는 한편으로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디자인과 설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IBM,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 달러 주고 반도체사업 매각
IBM이 글로벌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조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보도했다.
IBM은 글로벌파운드리에 사업부를 넘기면서 15억 달러를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 IBM은 15억 달러를 3년에 걸쳐 글로벌파운드리에 지불한다.
다만 IBM이 글로벌파운드리로부터 2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산을 넘겨받기로 해 사실상 13억 달러의 웃돈을 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아부다비 국영투자회사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인베스트먼트사(ATIC)’가 세운 반도체 생산전문 회사다. 미국 반도체기업인 AMD의 제조부문을 인수해 2009년 설립됐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42억6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파운드리 부문 세계 2위 기업이다. 1위는 198억5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대만의 TSMC다.
IBM은 이번 거래를 통해 그동안 실적의 발목을 잡아왔던 반도체 사업부를 털 수 있게 됐다. 또 향후 10년 동안 서버나 슈퍼컴퓨터의 CPU로 사용되는 ‘파워 프로세서’를 글로벌파운드리로부터 안정적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글로벌파운드리도 얻는 것이 많다. 이번 계약으로 10년 동안 IBM의 지적 재산권을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경쟁 파운드리 업체보다 기술력이 낮은 탓에 그동안 IBM의 엔지니어와 지적 재산권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IBM은 글로벌파운드리에 반도체사업부를 넘기더라도 반도체 설계와 디자인사업은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IBM은 앞으로 5년 동안 반도체 연구에 3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지난 7월 발표했다.
◆ IBM은 왜 반도체사업을 포기하게 됐나
IBM은 그동안 반도체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전통의 반도체기업이었다. IBM은 주로 PC와 게임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인텔에 밀려나면서 반도체사업부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던 상태였다. IBM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 되는데 매년 발생하는 손실만 최대 15억 달러나 된다.
IBM과 달리 인텔은 반도체시장에서 입지를 키워나갔다. 현재 인텔의 PC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 수준이다. 서버시장의 경우 인텔이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IBM은 매년 엄청난 손실을 내던 반도체사업부를 팔기로 결정하고 지난해부터 후보자를 물색해 왔다. IBM은 여러 곳의 후보자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를 적합한 파트너로 선택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IBM은 그러나 매각 가격을 두고 글로벌파운드리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지난 7월 협상이 결렬됐다. 당시 IBM은 10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글로벌파운드리는 이 금액이 너무 적다며 2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IBM과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7월 매각협상을 재개했다. 글로벌파운드리에 많은 웃돈을 줘야 했지만 회사 전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사업부를 더 이상 떠안고 갈 수 없었다.
여기에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BM의 매출은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하드웨어 사업부의 경우 11분기 연속 매출감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로메티 CEO는 IBM을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로 변신시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로메티 CEO는 이르면 20일 3분기 실적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이번 매각협상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IBM은 이날 향후 사업과 관련한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19일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