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첫 삽도 뜨기 전에 변수가 도처에 널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경기 위축전망,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거취문제 등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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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관계자는 4일 “대우건설 매각주간사가 이르면 8월7일부터 매도자 실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9월 말 매각공고를 내고 2018년 3~4월경 주식매매계약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주간사는 미래에셋대우와 BoA메릴린치, 법률자문사 법무법인 세종이다. 이들이 두 달 정도 기업실사를 진행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드디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매각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투자전문회사 케이디비밸류6호(KDB밸류6호)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보통주 2억1100만 주(50.75%)다.
대우건설 주가가 최근 주당 8천 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의 몸값은 1조5천억~1조7천억 원 정도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주가의 20%를 더 붙인다고 하면 대우건설의 몸값은 2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변수들이 많아 순항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을 품는 시선이 늘고 있다.
당장 대우건설 매각주체인 이동걸 산업은행장 교체 가능성과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선임 논란 등이 변수다. 매각주체와 매각대상의 수장이 거취를 놓고 여러 말이 나돌고 있어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됐는데 이 회장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꼽히고 있어 거취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사장도 선임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대우건설노동조합이 이를 이유로 대우건설 매각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내건 ‘8.2부동산대책’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8·2 부동산대책은 서울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 재건축·재개발 규제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강화 등을 뼈대로 한다.
김선미 KTB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 미입주 리스크가 높아진다면 건설사들이 마케팅비와 금융비용을 더 많이 쓰게 되면서 주택부문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택부문에서 매출 2조791억 원을 냈는데 전체매출의 36%를 차지한다. 대우건설이 해외신도시사업에서 매출을 거둬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국내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대우건설의 성장전망이 썩 밝지 않은 데다 몸값까지 높은 편이라서 국내에서 새 주인을 맞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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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인 만큼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권 밖에 있는 건설사들 대부분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우건설처럼 덩치가 큰 기업을 소화할 만한 국내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이 사업부문별로 분할매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쪼개서 팔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여러 사업부문 가운데 수익성 좋은 사업과 나쁜 사업을 어떻게 나눠서 어떻게 팔지 정하기가 어려워 분할매각 계획은 세워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산업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해외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우건설이 해외에 팔리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국내에서 매출 상당수를 거두고 있는 만큼 자칫 국내에서 번 돈을 해외로 나른다는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