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직접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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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공판 피고인신문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양사 사장과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며 “제가 함부로 개입할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만났던 이유를 두고는 “삼성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합병 성사를 돕고 싶었다”며 “공단에서 저를 보자고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아 이를 거절하는 건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앞서 이 전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 합병 안건으로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가 개최되기 사흘 전 이 부회장 등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합병이 성사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관련 업무는 담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 정유라씨 승마지원 등 미래전략실이 개입된 혐의와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제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미래전략실에는 한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며 “모든 일의 95%는 삼성전자와 계열사 업무였고 미래전략실이 관여한 일은 담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미래전략실에서 매주 수요일 사장단 회의를 했다는데 참석했는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참석을 한 적이 없어 사장단 회의에서 무슨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이 거의 매일 아침 모여 회의를 한다고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서 들었고 (안건의) 40%는 이 부회장이 결정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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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가 최 전 부회장의 코치를 받아 결정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여론이 굉장히 나쁠 때였고 제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을 때였다”며 “그룹의 대표로 조사를 받은 만큼 최지성 전 부회장과 논의해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발언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 전 부회장도 삼성물산 합병과 정유라씨 승마지원 결정은 이 부회장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후계자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라 그룹의 운영체계를 모르는 외부 사람들이 (이 부회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오해를 한 것 같다”며 “제가 재임했던 기간에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 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