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10대그룹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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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GS그룹 회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만난 대기업 14곳 가운데 4곳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CJ는 프레시웨이의 조리원직군과 E&M, 오쇼핑, 헬로비전의 방송제작 직군, 사무보조직 등 파견노동자 3008명을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25일 발표했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파견직 노동자 4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SK는 자회사를 세우고 올해 7월 초 SK브로드밴드의 사내하청노동자 5200명 가운데 46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런 계획을 문 대통령 앞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대기업 4곳이 최근 몇 달 동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선물'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질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고용확대와 협력업체와 상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정책기조이기 때문이다.
GS그룹은 10대 대기업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정규직 전환의 압박을 더욱 거세게 받을 수도 있다.
허창수 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뿐 아니라 올해 들어 서너 차례 이상 공식석상에 나서서 “혁신을 통해 성장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말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GS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3월 말 기준으로 58.9%에 이른다. GS그룹 노동자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10대 대기업 비정규직 평균비율인 37.6%보다 20%포인트 이상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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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GS그룹 관계자는 “GS리테일 등 유통 계열사의 업종 고유의 특성에 따라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GS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유통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율보다 4%포인트 이상 높다.
GS그룹은 최근 GS리테일의 정규직채용을 2018년 16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정규직채용을 이 만큼 확대해도 GS그룹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2%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GS그룹의 또다른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와 GS건설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오일뱅크의 비정규직 비율은 1.7%, SK에너지는 2.2% 정도다. GS칼텍스는 4.1%로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2배 정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제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등 소속외 노동자를 제외한 GS건설의 비정규직 비율도 42.7%로 10대 건설사 평균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보다 5%포인트 정도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