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에서 프리미엄 생활가전 중심으로 수익성 확대전략을 펼치는 데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생활가전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프리미엄 가전시장 1위인 삼성전자 외에도 월풀과 GE 등 현지업체들도 라인업 재편에 나서며 갈수록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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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생활가전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되찾으며 주요 가전업체들의 공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가 보도한 미국 가전제조사연합(AHAM)의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 가전시장규모는 6월에만 5%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는 등 지난해 연말부터 상반기까지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졌다.
미국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부동산시장도 활성화되며 최근 10년 가까이 침체기를 겪던 가전제품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의 가전시장 성장률은 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미는 4~6%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이며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북미에서 생활가전의 대규모 교체시기가 다가온 데다 전체적으로 임금여건 개선, 주택수요 증가 등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져 2020년까지 가전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주요 가전업체들의 경쟁도 자연히 미국시장에 가장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1%의 매출점유율로 5분기 연속 1위를 지켰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미국 월풀이 16.1%, LG전자가 15.3%의 점유율로 뒤를 잇는 가운데 GE도 13.8%의 점유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LG전자는 1분기에 처음으로 월풀을 꺾고 2위에 올랐지만 다시 자리를 빼앗기며 점유율 방어에 고전하고 있다. 판매량 증가보다 수익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실적발표회에서 “북미 가전시장은 상반기에만 8% 성장하는 등 확실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외형확대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프리미엄 가전 중심전략에 더욱 힘을 실어 수익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전자가 이런 전략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업체들도 일제히 프리미엄 가전 중심의 라인업 재편에 나서며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2천 달러 이상 프리미엄 냉장고와 고가 드럼세탁기분야에서 특히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빌트인가전 ‘데이코’ 브랜드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오븐과 건조기 등 국내에서 보급률이 낮은 가전보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중적인 제품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어 주력사업분야가 대부분 겹치는 중요한 경쟁상대로 꼽힌다.
월풀 역시 최근 경제전문지 라이브민트를 통해 “올해부터 더이상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맞서 가격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밝히며 프리미엄 가전 중심의 대대적인 전략변화를 예고했다.
월풀은 미국 정부기관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수입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등 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기조에서 미국업체로서 수혜를 노리는 셈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GE 역시 최근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에 인수되며 확보한 자금으로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가전제품 라인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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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통점에 전시된 LG전자 프리미엄 세탁기 '트윈워시'. |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주로 프리미엄 가전, 미국 현지기업들은 보급형 생활가전에 집중해왔는데 이런 경계가 사라지며 고가 가전시장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사물인터넷 가전 출시와 고가 빌트인가전 라인업 확대 등 차별화를 통한 중장기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변화가 판매에 기여하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LG전자 H&A사업본부 전무는 실적발표회에서 “빌트인과 사물인터넷 가전사업은 모두 기초단계로 꾸준한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며 “아직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단계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에서 사물인터넷과 빌트인가전 등 새 성장동력이 확실히 자리잡을 때까지 기존 프리미엄 흥행제품의 판매확대와 수익구조 개선에 주력해 경쟁에 대응할 계획을 내놓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트윈워시 세탁기와 같은 주력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