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1조3천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기업어음 발행에 사기성이 있고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형을 선고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재벌 회장들이 받은 형량 가운데 가장 많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은 징역 5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4년 및 추징금 10억1692만 원, 이상화 전 동양 인터내셔널 대표는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양에 대해서는 벌금 1억5천만 원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처벌하는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4만 명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인 만큼 기업범죄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들은 CP(기업어음) 발행 당시부터 자력으로 만기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도 그룹의 재무사정을 적극적으로 은폐해 일반 투자자를 속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현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에 집착한 나머지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속이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했다"며 "경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 회장이 사기성 어음으로 벌어들인 금액 대부분을 계열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고 일부는 피해자에게 돌아갈 가능성 등을 참작해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5년에서 3년을 감형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의 계열사 기업어음 및 회사채 발행에 따른 사기범행은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또 141억 원 횡령 등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금융지주회사법위반, 자본시장 금융투자업 위반혐의 등에 대해서 무죄로 판결했다. 또 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배임혐의도 일부 무죄판결을 내렸다.

동양그룹은 1조3천억 원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4만 명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발행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 창구직원의 말을 믿고 사기성 기업어음 상품을 구입했다.

동양사태 피해자의 피해금액은 1조3천억 원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9868억 원은 아직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

현 회장은 회사의 상황이 어려운 사실을 알고도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해 부실경영에 대한 피해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떠넘긴 혐의를 받아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현 회장은 또 6천억 원 상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 작전세력을 동원한 계열사 주가조작으로 수백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