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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놓고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등기이사에 오르면 안 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삼구 회장도 금호석유호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라며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박찬구 회장은 2010년 채권단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완전 매각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의 지분을 통해 박삼구 회장을 견제하려 한다. 또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책으로 떨어진 주가 때문에 손실을 많이 봐 지금 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정말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것일까?
◆ 박찬구, 박삼구 등기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2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직무정지 가처분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의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이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자 주주총회 결의를 무효화 해달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박삼구 회장의 직무집행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소송도 냈다.
박찬구 회장쪽은 “박삼구 회장을 대표이사로 앉히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주총이 이뤄졌다”며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부실에 대해 박삼구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 박찬구 “박삼구가 탈법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복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정된 절차가 탈법적이라고 주장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30.08%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산업의 지분 12.83%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두 법인이 서로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상호출자회사로 지정돼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이 경우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12.61%로 금호산업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의결권자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자 박삼구 회장은 급하게 총수익맞교환(TRS, Total Returns Swap)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금호산업 의결권을 모두 확보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이 방식이 진정한 매각이 아니며 아시아나항공에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총수익맞교환 방식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분 매수자 측에 최소 투자수익과 투자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 만약 금호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의 아시아나항공이 손실보전 위험을 안게 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총수익맞교환 방식은 진정한 매각(진성매각)이 아니라 오직 상호출자제한 해소를 위한 대출거래와 다르지 않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매수자측에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손실보전을 제공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호산업은 “정상적 거래의 한 방식일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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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A380 1호기 인수 행사에 참석해 A380 1호기의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에 앉아 있다. |
◆ 박찬구는 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나
박삼구 회장은 지난 4월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라고 맞소송을 냈다.
형제가 2010년 갈라서면서 채권단에 서로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보유하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이미 모두 매각했다.
박삼구 회장쪽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수차례 채권단이 주식매각 합의이행 요청을 했으나 박찬구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 완전한 계열분리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은 “당시 약속은 강제조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분이야말로 박찬구 회장의 형사재판, 상표권 소송 등 박삼구 회장의 위협 속에서 금호석유화학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박찬구 회장쪽은 해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박찬구 회장쪽에서 “방만한 경영으로 그룹을 위기에 내몰았던 박삼구 회장이 다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욕심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또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매입할 당시보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 큰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팔기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을 잘못해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박삼구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원가는 1055억 원인데 지난해 9월 장부상 가격은 1706억 원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라며 “주가하락에 따른 손해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