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NXC) 회장이 2심에서 뇌물죄를 놓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정주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와 관련해 “공유한 뇌물이 상당하다”면서도 “김 대표가 부정한 이익을 봤다고 할 부분은 없다”고 집행유예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진경준 검사장에게는 징역 7년, 벌금 6억 원, 추징금 5억219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4억2500만 원을 김 대표로부터 받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차량 명의이전 보증금 3천만 원과 가족 여행경비를 지원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직무와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검사라는 직무와 관련해 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으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며 “진 전 검사장은 주식매수대금 상당부분을 숨기기 위해 장모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고 차량과 여행경비를 받은데 비춰 검사장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을 취득하고 120억 원대 차익을 낸 부분과 관련해서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의 주주 지위에서 취득한 것이므로 개인의 주식운용에 따른 이익이지 별도의 뇌물수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2005년 진 전 검사장에게 4억2500만원을 몰래 줘 비상장사였던 넥슨 주식을 살 수 있게 해줬다.

진 전 검사장은 2006년 넥슨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넥슨재팬이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자 보유주식을 10억 원에 팔았고 이 가운데 8억5300여만 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샀다. 넥슨재팬은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올랐고 진 전 검사장은 주식을 처분해 총 120억 원대 차익을 남겼다.

김 회장은 2008~2009년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진 전 검사장에게 무상으로 빌려줬고 2009년 차량인수자금 3천만 원도 지원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가족여행경비 등도 제공했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진 전 검사장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앞으로 사건이 있을 경우 알아봐줄 수 있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직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 검사장에게도 김 회장과 관련한 부분은 무죄로 선고했지만 한진그룹 내사사건 종결의 대가로 처남 회사가 대한항공과 용역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재산을 숨기기 위해 장모 등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2심에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3년과 벌금 2억 원, 추징금 130억 원을, 김정주 회장에게도 징역 2년6개월을 다시 구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