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연할 묘수를 던졌다.
금호산업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수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표면상 채권단이 제시한 최종조건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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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타이어 매각 지연 위한 '상표권 조건 묘수' 던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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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은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어 인수기회를 다시 엿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산업 이사회는 채권단이 수정 제안한 사용기간 12년6개월, 사용요율 0.5%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금호산업은 기업 회계원칙과 거래관행상 정상적인 방법인 해마다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이사회 결의는 상표권 사용기간과 사용요율에서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 가운데 사용료를 채권단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사용요율 0.2%에 5년 동안 의무사용, 15년 동안 선택적 사용을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금호산업에 요구하면서 채권단 측에서 12년6개월 동안 사용요율 차이인 0.3%만큼인 847억 원을 일괄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재산권인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금호산업과 합의없이 결정해 더블스타에 제시한 점을 약점으로 포착하고 시간을 벌어 인수할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블스타는 애초 채권단과 상표권 사용조건을 합의한 만큼 박 회장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가 금호산업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채권단이 그 차액을 직접 보전해주기 어렵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가격을 조정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더블스타에 12년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인 만큼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과 간극이 있다”며 “더블스타가 받아들이기 힘든 새 조건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매각반대 목소리가 커질 경우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도록 하는 것이라 반드시 탈이날 것”이라며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금호타이어 매각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1노조 민주노동자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사를 점거하고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를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할 것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할 것을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