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조선사들에게 수주가 쏠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3일 “선주들이 싼 가격에 선박을 발주하기 위해 비우량조선사에 발주를 문의하고 있으나 금융규제 강화에 따라 우량조선사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위조선사에 수주가 쏠리는 현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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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 |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주요선박의 가격이 모두 10여 년 만의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은 최근 두 달 연속으로 상승해 6월 말 기준으로 척당 8100만 달러를 보였으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박의 가격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해외선주들은 현재 선박가격을 놓고 봤을 때 선박을 구매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보고 발주를 서두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감확보가 절실한 중소조선사에 발주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중소형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지 않아 해외선주의 발주문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했을 경우 발주처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다. 이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가 사실상 무산된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사는 최근 1년 반 만에 신규수주에 성공했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금융지원을 매우 꺼려했다. 산업은행이 최근 STX조선해양에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줬으나 앞으로도 금융지원이 계속 이뤄질 수 있을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같이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대형조선사들이 수주를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성 연구원은 바라봤다.
성 연구원은 “신규수주에서 여전히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조선업계의 추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우량한 조선사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