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국내 중소조선사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경영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안진규 사장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단독대표에 오른 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에 주력했는데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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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규 한진중공업 사장. |
5일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하면 한진중공업이 올해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133억 원, 영업이익 723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6.7% 줄어들지만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진중공업과 경쟁해온 중소조선사들이 여전히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수주가뭄을 겪다 최근에서야 1년 반 만에 신규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고 새 주인을 찾는데 실패한 SPP조선은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
안진규 사장이 지난해부터 한진중공업의 사업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 덕에 경영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지난해 5월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며 부산 영도조선소를 특수선(방산) 전문조선소로 만들고 나머지 상선 등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만 건조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한진중공업은 2009년에 수빅조선소를 완공한 뒤부터 초대형상선과 플랜트는 수빅조선소에서, 나머지 특수선과 중소형상선은 영도조선소에서 만드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해왔는데 상선을 모두 수빅조선소에 몰아 영업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필리핀의 단순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생산성과 관련한 요소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필리핀에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국의 절반에 불과해 영업이익을 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도조선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소형 군용함정 전문조선소로 특화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35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따내는데 성공하며 올해 수주목표(3700억 원)의 조기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에만 해군의 차기고속상륙정과 신형고속정 등 12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정부가 지난해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2018년까지 7조5천억 원을 투입해 군함과 경비정 등 특수선 63척을 조기발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영도조선소는 앞으로도 일감을 꾸준히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안 사장은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자산의 매각에도 속도를 내 재무구조 개선도 꾀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이사회에서 유휴부지인 부산 다대포공장을 1600억 원에 삼강금속 등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한진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1조 원 규모의 인천북항부지도 분할매각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북항부지는 현재 한진중공업의 영업용 자산으로 분류돼있어 이를 매각하게 되면 한진중공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