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년여 만에 만났다. 이번 만남은 2015년 7월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터진 직후 회동한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만남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2년 만에 만남, 왜 만났나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을 만나 1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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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왼쪽)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양측은 화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실제 화해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동석자 없이 두 사람만 만난 만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을 두고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비리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급여횡령 혐의로 신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판에 유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벌개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네 번째 표대결에서도 패배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년여 동안 끌어온 경영권 분쟁에서 단 한번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결정이 확정된 데 이어 신 명예회장이 70년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신 전 부회장이 신 명예회장의 명예회복을 이유로 경영권 다툼을 이어갈 명분을 잃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도 신 전 부회장의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승산 없는 싸움을 이어가기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현실적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역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드보복, 재판 등으로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 화해까지는 갈 길 멀어
두 사람의 만남이 실제 화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다툼이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롯데그룹이 일본인 CEO들에 휘둘리게 된다며 신 회장에게 함께 롯데그룹을 지키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낮은 지분율에도 일본인 CE0들의 지지 때문에 일본 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신 회장은 ‘신동주 리스크’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어머니가 권유하고 친척이 제안해서 이뤄진 자리”라며 “아직 특별히 합의된 것이 없지만 신 회장이 화해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롯데그룹에서 나온 얘기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