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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공여' 3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구치소에 수감됐던 15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월 구치소에 처음 수감됐다 1차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뒤 측근에게 이렇게 심경을 고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이 회장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 공판에 출석했다. 4월7일 첫 공판이 시작돼 이날로 34차 공판이다. 피부에 약간의 트러블이 있고 피로감도 엿보였지만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얼굴로 손에는 어김없이 노란색 서류봉투를 들고 법정에 모습을 비췄다.
이 부회장은 주3회 꼴로 서울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는 일상을 130일 넘게 이어오고 있다. 2평 남짓 독방에 수감돼 지내야 하는 낯선 생활이 지금은 이 부회장에게 인생에서 더욱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일 것이다.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공판에 이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 부회장은 7월10일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소환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 지난해 독대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박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시한은 8월27일까지다. 1심 재판에서 구속 피고인을 붙잡아둘 수 있는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 기간만료 전 1심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회장 재판이 구속시한 안에 끝나지 못할 경우 이 부회장은 8월 말이면 구치소에서 풀려날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최씨 등 재판과 맞물려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으나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분위기로는 검찰의 추가기소 등에 따른 구속기간 연장 등 돌발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1심 판결이 구속시한 전에 내려진다면 유무죄 여부와 집행유예 여부에 따라 풀려날지 혹은 계속 수감될지 결정된다.
이 부회장이 풀려난다 해도 한남동 자택과 법정을 오가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 확실한 만큼 현재로선 경영복귀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전례 없는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를 보냈다. 수백억 원대 뇌물죄로 이 부회장이 구속된 데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됐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계획이 중단됐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고시로 불리며 대기업 공채의 상징이기도 했던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도 상반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표면적인 변화에도 물밑에서는 이 부회장의 무죄판결이 최우선 현안일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 재판이 거듭되면서 내외신의 뜨거웠던 취재열기도 한풀 꺾였지만 과거 미래전략실에 소속됐던 임직원들이 돌아가며 재판을 방청하며 변호인단과 함께 무죄 입증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이 올해 연초부터 총수의 구속, 지주사 전환 포기, 미래전략실 해체 등 경영공백의 위기를 맞았지만 핵심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연초 대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6.7%, 삼성전자는 33.0%, 삼성SDS는 35.5%, 삼성생명은 5.3% 각각 상승했다.
이를 놓고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잠재적 불안요소였던 지배구조재편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에 기반한 재평가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한 뒤 실적개선과 주주환원정책으로 투자자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삼성전자 실적과 연동된 삼성SDS는 35.5%, 삼성전기 99.8%, 삼성SDI 54.1% 상승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최근 삼성 계열사의 독립적 의사결정에 주목한다”며 “과거 인수합병이나 신규투자 등 삼성 계열사의 중대 의사결정을 관할하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독립적 경영활동과 의사결정이 부각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이 존재할 당시 그룹 차원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각 계열사 상황에 맞는 신속한 투자판단이 배제된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윤 연구원은 지적했다.
삼성SDS는 지배구조개편인 물류사업 분할을 포기하고, 보유현금을 활용한 적극적 인수합병과 신사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베트남 보험사 PJICO 지분 20% 인수를 필두로 수년 동안 미뤄둔 해외 인수합병작업을 재개했다. 삼성생명은 추가 투자로 태국 은행과 합작법인인 타이삼성 지분을 35.8%에서 78.9%로 끌어올렸다.
윤 연구원은 “최근 계열사의 신사업 투자 및 경쟁력 강화에서 독자생존 방향성이 명확하다”며 “향후 추가적인 삼성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방안과 투자계획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