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회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손의료보험료 인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 보험상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험업계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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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21일 ‘비급여제도 개선협의체’를 열어 '비급여 진료비의 전면 급여화'를 주제로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 의견을 교환한다.
비급여 진료비란 환자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전면 급여화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간병비와 특진비,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와 함께 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비급여 진료비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건강보험의 보장범위 확대와 함께 실손보험료 인하도 논의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영역을 확대되면 보험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실손보험금이 줄어들어 반사이익을 얻는 만큼 실손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는 실손보험은 현재 가입자 수가 3300만 명에 이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5년 간 중증질환과 비급여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이 강화되면서 보험회사들이 약 1조5천억 원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추정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실손보험료를 낮추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해보험회사들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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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30%대로 나타났다. AIG손해보험의 경우 221%의 손해율을 기록했고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107%의 손해율을 보였다. AIG손해보험과 ING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는 최근 신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에서 보장한다고 손해보험사에 반사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정기획자문위의 말대로 보험회사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낮아졌어야 했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정책에 대한 보험업계의 걱정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19일 “개별약관의 적용을 받는 민간 보험상품의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가 건강보험의 적용범위가 확대되면 실손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비급여항목이 축소되면 실손보험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수요 감소와 보험료 인하보다 보험금 감소가 먼저 나타나고 △비급여 진료비의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된 문제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보험업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인위적인 보험료 개입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보험상품에 대해 조금 더 통제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기류가 여권에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예전처럼 손목을 비트는 방식의 보험료율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