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놓고 머릿속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19일 이사회를 열고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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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애초 16일까지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을 금호산업에 요구했는데 금호산업은 정족수 부족으로 16일 이사회를 열 수 없다며 답변기일을 19일로 미뤘다.
산업은행은 12일 매출액의 0.2%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5년 의무사용 뒤 15년 추가사용이 가능하며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요구하며 답변기일을 16일로 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불가피한 사항으로 이사회를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며 “19일 금호산업의 이사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이 이사회 구성원의 해외일정으로 이사회를 미뤘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중요한 만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시간을 벌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미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12일 논평을 내고 “금호타이어가 중국기업에 넘어간다면 광주전남지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반대했던 공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들은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도 1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무기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박 회장이 시간을 벌면서 여론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미뤘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이 19일 이사회에서 채권단이 요구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상황이지만 업계는 금호산업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금호산업이 상표권 사용조건을 새롭게 제안할 수 있지만 이를 더블스타가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더블스타는 12일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료로 매출액의 0.5%를 내고 20년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 금호산업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용료와 의무사용기간 등을 놓고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중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 회장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놓고 지속적으로 평행선을 달릴 경우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나온다. 더블스타는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주식매매계약(SPA)을 파기할 수 있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채무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채권단이 채무의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호남지역의 대표기업인 금호타이어를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부도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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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다른 채권은행들의 입장도 이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 채권은행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라 내년부터 지분매각이익이 순이익에 잡히지 않는 만큼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민영화 이후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금호타이어의 매각성사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더블스타와 계약이 무산될 경우 이 회장이 올해 안에 다시 새로운 협상자를 찾아 금호타이어 매각을 성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회장은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에 따라 9월23일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이 결국 박 회장 편인 점도 이 회장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