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한전부지 인수를 결정한 이사회에 두 번이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 등을 상대로 한전부지 고액 인수에 따른 책임을 물을 예정이었으나 정 회장이 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배임혐의로 고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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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정 회장이 한전부지 인수를 주도했는데도 이사회 불참하는 편법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6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세 곳의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한 결과 정몽구 회장은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해 개최된 두 번의 이사회(지난달 17일과 26일)에 모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로 재직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정 회장과 마찬가지로 두 번의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정 부회장은 세 곳 계열사에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전부지 고액 낙찰과정에서 현대차그룹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세 곳 계열사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신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애초 한전부지 입찰가격을 모른 채 입찰을 승인한 세 곳 계열사의 이사들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의사록 검토 결과 정 회장이 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적 행동을 보류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법상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에 대해서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회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정몽구 회장은 대표이사로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한전부지 입찰과 관련해 일체 권한을 위임 받았으나 책임 추궁으로부터 자유롭게 됐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전부지 인수가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을 추구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기 힘든 점,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경우 손해를 입증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점 등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이사회에 불참한 상태에서 입찰 참여를 결정하는 지난달 17일 개최된 세곳의 이사회가 30분 안팎에서 모두 끝나 졸속 이사회 논란도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세 곳의 이사들이 정 회장의 뜻을 거들기 위해 형식적 이사회를 연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전부지를 낙찰 받은 뒤 지난달 26일 소집된 이사회는 60~75분 가량 걸려 진행됐다.
정 회장은 이사회에 불참해 향후 책임추궁에서도 자유롭게 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전부지 인수가 정몽구 회장의 적극적 추진 의지와 지시로 이뤄졌다면서도 정작 회사의 중요한 업무 집행을 결정하는 이사회 자리에 두 사람(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없었다”며 “이유가 어떻든 간에 주주로부터 경영권을 이임받은 이사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총수 일가의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는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계열사 세 곳의 이사회에 면담 및 대대적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