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시즌2’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CJE&M이 운영하는 국내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배출했는데 이번엔 보이그룹 편이다.
‘샤방샤방한’ 남자 아이돌 연습생들이 나오는 덕분인지 10~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때 방송가의 대세를 이뤘던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한물 간 것과 대비된다.
|
|
|
▲ 음악채널 Mnet이 운영하는'프로듀스101 시즌2' 홈페이지 첫 화면. |
이 프로그램이 흥미롭게 보이는 것은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이란 점이 아니라 오디션의 전 과정에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점 때문이다.
매주 방송분마다 땀 흘려 준비하는 101명 연습생들의 일상뿐 아니라 인터뷰, 실제 무대에서 퍼포먼스 등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이를 평가하는 시청자 투표에 따라 순위가 바뀌며 최종 진출자가 결정된다.
프로그램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가수 보아씨 등 진행자는 중개자로서 역할에 그칠 뿐이다. 철저히 시청자 주권주의에 입각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제1원칙은 ‘고객이 왕이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송이라면 시청자가 왕이고 정치라면 국민이 왕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어디 그런가. 이용 당하거나 무시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개설한 ‘광화문 1번가’는 여러모로 프로듀스 101시즌2와 닮아있다. 프로듀스101 시즌2 제작진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살아남은 연습생 11명이 데뷔할 그룹의 이름을 짓는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시작한지 사흘 만에 ‘프로픽’ 쎄모아‘ ’워너원‘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이어지고 있다.
광화문1번가 홈페이지도 내용은 다르지만 방식은 비슷하다. 여러 분야에 걸쳐 국민 정책제안을 접수하고 있다. ‘해병대 재창설을 제안합니다’ ‘연구기관 비정규 계약직 문제 제안’ ‘반려동물 약비용 정찰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제안들이 올라와있다.
이런 제안들이 새 정부에서 과연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국민주권주의 혹은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 꽤나 적절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에서 아크로폴리스가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난해 촛불집회는 똑똑히 가르쳐줬다.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권력을 통해 이뤄지는 대의민주주의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정국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64표로 임명의 문턱을 넘었다. 자유한국당은 오전까지 표결 연기를 외치다 결국 불참한 채 새 정부 첫 총리가 지명 21일만에 겨우 탄생한 것이다.
|
|
|
▲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기모순적 인사참사!, 국민앞에 사죄하고 부적격자 지명 즉시 철회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야당’ 자유한국당이 최근 이 후보자뿐 아니라 새 정부 각료 인사를 놓고 ‘칼날’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니(‘내로남불’) 말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국민 눈높이를 맞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내로남불'이라서가 아니다.
후보자들마다 사안이 다른 만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지만 특정 후보자의 경우 검증의 공세를 들여다보면 국민여론과 상당히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 후보자의 경우만 해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국회 인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론조사가 국민전체의 의견을 완벽하게 반영한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바로미터일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경우 자유한국당은 아들의 군복무나 부인 강사 채용, 위장전입 관련 등 의혹을 제기했고 일부 매체는 이를 ‘특혜’ ‘비리’ 등 제목을 뽑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과연 일반국민의 정서에서 크게 문제될 만한 사안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고위 공직에 오르는 이가 누가 됐든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한다는 점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검증의 잣대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몽니'로 비칠 뿐이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당과 ‘협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협치의 파트너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시점에서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포함한 정국운영에 ‘야당’ 본색을 정말로 드러내고 싶다면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과 협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