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연구개발비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게다가 수익성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인수합병과 투자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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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3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에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8054억 원을 썼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연구개발비는 11.4% 늘었고 연구개발비 비중도 0.16% 포인트 커졌다.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비는 1분기 사상 최고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매출의 4~5%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쓰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비 투자에 미흡한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연구개발비를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5.5%, 4.7%로 2011년 각각 10.3%, 8.1%를 기록한 뒤 계속 떨어졌다. 반면 경쟁자로 꼽히는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6%에서 지난해 9%대까지 올랐다.
현대기아차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연구개발 등 관련 투자를 늘리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완성차, ICT회사들이 자율주행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주도권을 잡기가 힘들 수 있다.
완성차회사 가운데 GM은 자율주행 기술회사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포드는 아르고AI를 포함해 4곳의 자율주행기술 관련 회사를 인수했다.
ICT기업들도 최근 들어 자율주행기술 부문에서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회사 NXP 인수,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인수합병이나 제휴보다는 독자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설립했고 GM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았던 이진우 상무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카셰어링 등 관련 전략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자동차산업은 융합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는 물론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모두 IT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판매는 2025년 23만 대에서 2035년 118만 대로 급속히 늘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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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우 현대자동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겸 상무. |
구글, 애플, 포드, 폴크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기업들은 2020년 전후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자율주행차시대는 향후 2~3년 내에 본격적으로 개막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부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 뒤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6월에 향후 10년의 계획을 담은 자율주행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또는 인수합병 계획을 밝힐 지 주목된다.
현대기아차가 이미 자율주행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장조사기관인 나비간트리서치가 4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의 수준은 자율주행분야에 뛰어든 완성차, ICT, 부품기업 18곳 가운데 중위권인 10위에 그쳤다. 포드, GM, 르노닛산, 다임러 등 완성차회사 4곳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