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회장이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구원투수로 나설까?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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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진 KCC 회장. |
정몽진 회장이 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정몽준 최대주주의 지배력 유지에 백기사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7.98%를 올해 10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4월 인적분할을 통해 4사체제로 쪼개지면서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고리가 생겼다.
현대미포조선은 현재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7.98%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을 10월까지 팔아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이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매각작업에 돌입하면 정몽진 회장이 KCC를 통해 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몽진 회장이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범현대가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진 회장은 정몽준 최대주주의 사촌동생으로 범현대가다.
정몽준 최대주주는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10.15% 보유해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이 정몽준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조금 적은 수준인 만큼 이 지분을 섣불리 팔았다가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정몽준 최대주주나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등 오너가가 당장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사들이기도 어려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7.98%는 26일 종가기준으로 4100억여 원에 이르러 정몽준 최대주주가 지분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몽진 회장이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사들일 경우 정몽준 최대주주는 범현대가라는 우호세력에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맡기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된다.
정몽진 회장은 2014년과 2015년에도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사들이며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과 2015년 모두 4조8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중공업 주가도 2013년 말 27만 원까지 올랐다가 2015년 말 8만 원대로 곤두박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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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
정몽진 회장은 KCC를 통해 2014년 말 현대중공업의 주식 243만9천 주, 2015년 122만1270주 등을 사들여 모두 7.01%에 해당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2014년에 사들인 현대중공업 주식은 KCC 자기자본의 5.89%에 이르는 규모인데 정몽진 회장은 이를 위해 수원에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정몽진 회장이 당시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들인 것을 놓고 증권사들은 잇달아 KCC의 목표주가를 내렸고 KCC 주주들도 범현대가를 지원하기 위해 KCC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정몽진 회장이 이번에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살 경우에는 투자자들의 반발을 크게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보틱스의 성장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정몽진 회장이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 현대로보틱스 지분에 투자한다는 명분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며 “현대로보틱스가 4차산업혁명에 동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인 만큼 성장잠재력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KCC가 현대중공업의 분할에 따라 지분가치 상승으로 현재 2~3천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볼 것으로 추산되는 점도 투자자의 반발을 완화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