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소매영업(리테일)에 집중해 SC제일은행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늘어난 순이익 1014억 원을 거두며 사실상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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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복 SC제일은행장. |
SC제일은행이 분기 기준으로 1천억 원을 넘는 순이익을 낸 것은 2012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박 행장이 2015년 1월 취임한 뒤 지난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둔 것이다.
연도별로 SC제일은행 순이익을 살펴보면 2010년 3438억 원, 2011년 2719억 원, 2012년 1949억 원, 2013년 1169억 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2014년 순손실 98억 원, 2015년 순손실이 2695억 원으로 점차 수익성이 악화했다.
SC제일은행은 2012년 1월 회사 이름에서 ‘제일’을 빼고 SC은행으로 사명을 바꿨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순이익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글로벌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제일’을 사명에서 제외했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 첫 내국인 출신으로 행장에 오른 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 대부분이 기업금융 및 자산관리에 힘쓴 것과 달리 소매영업을 바탕으로 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다.
SC제일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최대 원인이 소매금융의 부진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소매영업을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전하며 ‘제일’브랜드를 다시 사명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
제일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등과 함께 5대 시중은행으로 꼽히며 오래동안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았던 만큼 고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한국 특유의 금융환경을 설명한 뒤 흑자전환을 약속하고 2016년 4월 회사 이름을 다시 SC제일은행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회사 이름을 친숙하게 바꿔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인 데 이어 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매금융을 강화했다.
SC제일은행은 시간과 장소와 상관없이 은행원이 고객을 찾아가 업무를 처리하는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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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복 SC제일은행장(가장 왼쪽)을 비롯한 SC제일은행 임직원과 신세계백화점 임직원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뱅크샵 개점을 기념하며 사진촬영하는 모습. |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직원이 태블릿PC를 갖고 찾아가 예금상품가입 및 카드발행, 대출신청, 펀드가입 등의 금융서비스를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소매금융 영업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주요 매장에 뱅크샵 또는 뱅크데스크 등 초소형 영업점을 설치했다.
초소형 영업점에 직원 1~4명을 배치해 태블릿PC를 활용해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인데 영업점 유지비용이나 인건비를 늘리지 않고도 효율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뱅크샵은 14곳 뱅크데스크는 60곳으로 집계됐다.
기업금융도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행장은 외국계 모회사와 국내 금융시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으며 SC제일은행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철수설에 휩싸였던 다른 외국계 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