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노사갈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노조가 18일 오후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17년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한다.
|
|
|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요구안을 확정하기 전에 16일과 17일 각각 조선부문 대의원과 비조선부문 대의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노조는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뒤 올해 임금요구안을 확정해 회사에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년 동안 ‘2016년 임금과 단체협약’을 두고 86차례나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노사의 의견이 계속 대립해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임금협상까지 같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며 원만한 합의를 이루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비조선사업부의 인적분할과 희망퇴직을 통한 대규모 인력감원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총파업 등을 실시하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권오갑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노사갈등을 봉합하는데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4월1일에 비조선사업부를 3개의 독립법인으로 인적분할하며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6개월~2년 안에 인적분할로 새로 형성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야 하고 현대로보틱스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늘려야한다.
현대중공업이 단순히 지분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조의 반발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조가 계속해서 지주회사 체제전환의 정당성을 부정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사업을 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권 부회장이 갈등상황을 서둘러 해소하는 데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조선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점도 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
|
▲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인권변호사를 하던 1990년에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골리앗크레인에 올라가 노동자들을 위로하며 현대중공업 노조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대기업이 노조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새로운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기업 노사가 해마다 임단협과 구조조정 문제를 두고 대치하는 상황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과거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인연을 맺었던 사실도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문 대통령은 부산·울산·경상남도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1990년에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82m 높이의 골리앗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로하며 노조원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추진하고 있을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권 부회장이 향후 사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